국제 국제일반

3차 토론 치열한 공방 속 오바마 우세

■ 미 대선 2주 앞으로… 판세 여전히 초박빙<br>"이란 핵보유 절대 반대"<br>외교정책 큰 차이 없어<br>북한은 거의 거론 안해

22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대선 레이스의 마지막 TV토론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후보는 상대방이 '미국의 최고사령관'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토론이 끝난 후 여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지만 완승은 아니었다. 롬니는 오바마의 매서운 공세에도 세련되고 온화한 모습을 지켰고 외교정책에 자신의 장기인 '경제'를 끌어들이는 노련함을 보였다. 투표가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 대선은 여전히 초박빙 양상이다.

유명 언론인인 밥 시퍼 CBS 앵커의 사회로 진행된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턴 린대학교에서 진행된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는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 받았다.


선제공격에 나선 것은 첫번째 질문의 답변권을 얻은 롬니 후보였다. 그는 리비아 주재 영사관 피습사건에 대한 질문에 시리아ㆍ리비아ㆍ말리ㆍ이집트ㆍ이란 등을 언급한 뒤 "포괄적이고 강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ㆍ안보정책을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반격도 매서웠다. 그는 "최고사령관으로서 나의 첫번째 임무는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며 "당신의 전략은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공격했다. 롬니 후보가 지난 1917년 이래 미 해군의 보유전함 규모가 가장 작다고 지적한 데 대해서는 "말ㆍ총검 보유규모도 (그때보다) 작다. 이는 군 전력의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이후 '사죄여행(apology tour)'을 다녔기 때문에 이란이 미국의 약점을 봤다"면서 이란 핵 개발이 오바마 행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때문이라고 힐난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나는 선거자금 기부자를 이스라엘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이는 롬니가 8월 이스라엘 방문기간 중 카지노 대부이자 거액 기부자인 셸던 애덜슨과 현지에서 나란히 식사한 일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 두 후보가 밝힌 전반적 외교정책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두 후보는 나란히 이란의 핵 보유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은 핵무기를 갖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롬니 후보는 "이란이 지난 4년간(오바마 대통령 재임기간) 핵 보유국에 더 가까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은 '진정한 친구' '최고의 동맹' 등의 찬사를 동원하며 치켜세웠다.


북한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롬니 후보가 현정부의 외교ㆍ안보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Kim Jong-il)과 북한(North Korea)을 한 차례씩 언급한 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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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니 후보는 국방예산 감축과 일자리 문제 등을 연결하며 자신의 전공인 '경제'로 논쟁을 전환시켜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자신이 집권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중국 강경대응론을 피력했다.

이날 토론에 대한 여론의 평가는 오바마의 승리였다. CNN방송ㆍORC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실시한 긴급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오바마 대통령을, 40%는 롬니 후보를 각각 '승자'로 꼽았다.

그러나 이날 토론이 대선의 승부를 결정할 스윙스테이트(경합주)의 표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토론 주제인 외교 문제의 경우 훨씬 광범위한 정보와 경험을 가진 현직 대통령이 유리할 수밖에 없고 미 국민들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대선양상은 박빙이다. 1차 토론에서 완승을 거둔 롬니의 상승세가 지속되며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각각 47%로 동률을 기록했다. 스윙스테이트에서도 롬니의 거센 추격이 진행되고 있다. 2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플로리다의 경우 지난달까지 오바마 대통령이 앞섰지만 이제 롬니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롬니 후보가 백악관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스윙스테이트 가운데 플로리다ㆍ노스캐롤라이나ㆍ버지니아ㆍ오하이오에서 승리를 거두고 나머지 한 곳을 잡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오바마 대통령은 플로리다를 내주더라도 오하이오ㆍ위스콘신에서 승리하고 나머지 한 곳을 차지할 경우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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