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유통 인사이드] 가공식품 줄줄이 인상… 오름폭 적정한가

일부업체 원자재값 빌미로 "이참에… 왕창" 의혹 짙어<br>재료값의 4~5배 인상 예사… 덕분에 어렵다던 지난해 영업이익도 껑충<br> "원재료 전반 두루 감안해 인상폭 감안했는데<br>업계, 일률적인 잣대로 비판은 포퓰리즘" 항변



설탕, 밀가루, 식용유 등 기초 식 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제과, 라면, 제빵 등 가공 식품 쪽으로 연쇄적인 가격 상승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4월 물가대란설이 식료품 가격 앙등으로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마저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5일 가공식품 관련 회의를 소집, 가격동향과 인상요인 등을 점검하고 나섰다.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의 상승 조짐이 본격화되자, 물가단속에 다시금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편집자주 가공 식품 기업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가격 상승의 원인은 바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이다. 그런데 지난해 실적을 보면 설탕, 밀가루 등 소재 기업만이 죽을 쒔을 뿐 제과, 음료 기업들은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이 개선됐다. 상당수 가공식품 업체들이 '원자재 상승에 따른 마진 압박'논리와 상치되는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그래선지 최근 소재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자마자, 가공식품 기업들이 제품 가격 인상을 내부적으로 모의(謨議)하는 듯한 모양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윤 추구가 목적인 기업들이 중장기 전략에 입각해 가격정책을 펴는 데 대해 일률적인 잣대로 비판하는 것 자체가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게 일고 있다. ◇가공식품 인상률 적정한가=빵ㆍ과자에서 밀가루, 설탕 등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나 될까.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치를 일률적 제시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과자의 경우도 비스킷은 밀가루가 원가의 30~40%를 차지하지만, 스낵에는 밀가루가 아예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대략적인 평균값을 갖고 추정할 수는 있다.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빵이나 과자에서 밀가루 값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11%, 라면ㆍ당면 등 국수류는 18%. 음료에서 설탕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탄산음료는 10%정도다. 이를 근거로 가공식품 인상률의 적정성을 따져보자. 최근 해태제과는 홈런볼 등 24개 폼목을 평균 8%올렸다. 이들 제품에 최근 공히 9%정도가 오른 밀가루가 11%, 설탕이 3% 들어간다고 가정하면, 과자 제품의 인상률은 1.2~1.3% 정도가 적정하다. 코카콜라음료와 롯데칠성도 지난 연말 납품 가격을 각각 4.2~8.6%, 5~10% 올렸는데, 9%가량 오른 설탕의 음료 제품 원가 비중을 10%로 최대한 잡아도 설탕 가격 인상을 반영한 제품 인상률은 1%대에 머물러야 한다. 과도한 인상이라는 비판이 근거가 없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가공식품 업체들은 '특정 원재료만 감안해서는 안 된다'며 반론을 편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유지, 전분류 등 원재료 전반을 두루 봐야 한다"며 "직전에 가격을 올렸던 지난 2009년 10월과 비교하면 유지는 100%, 원당과 밀가루는 공히 40%가량이 오르는 등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이번 인상률은 20%는 돼야 했지만, 8%로 낮춘 것"이라고 말했다. 음료 업계에서도 설탕을 빼고도 과일농축액, 알류미늄 캔 가격이 모두 올라 최근 인상폭은 적정 수준이라고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가공식품 업체들이 원가 분석의 애매한 측면을 활용해 이 같은 논리를 편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제품마다 원재료가 다르고 원재료의 가짓수도 많다는 점을 십분 이용해 유리한 정보만 외부에 공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재 업체 관계자는 "원가에는 원재료뿐만 아니라 마케팅 비용 등 기밀에 가까운 정보들이 포함돼 요인 별 가격 영향 폭을 가늠하기 어렵다"며 "이는 기업들이 손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뒷배경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렵다던 기업들, 지난해 이익률 높아져=지난해 실적을 보면 가공 식품 기업들의 앓는 소리가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면도 있다. 롯데제과의 지난해 영업 이익률은 10.5%로 전년 8.5%에 비해 2%포인트가 올랐다. 영업이익도 1,497억원으로 375억원이 증가했다. 오리온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5% 증가해 역시 어닝 서프라이즈라 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롯데칠성도 사정은 비슷해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1%포인트 오른 6.5%, 영업이익도 188억원 늘었다. 이런 실적은 밀가루, 설탕 등 소재기업들이 지난해 마진 압박을 그대로 반영하는 실적을 올린 것과는 대조적이다. 실적만 놓고 보면 상당수 기업들이 머쓱할 처지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공 식품 가격의 인상 릴레이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해태제과의 제품 가격 인상 발표 이후 롯데제과, 오리온 등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 태세다. 농심, 삼양식품, SPC그룹 등도 가격인상 폭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을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라면과 제빵 업체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예년에 비해 악화, 가격 인상이 절실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실적 악화의 원인을 원가 부담에서만 찾는 것은 무리라는 는 지적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실적 악화는 먹거리 다양화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나 해외 진출 등에 기업들이 소극적으로 임한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초래된 것이지, 가격적인 것에서만 기인한 현상은 아니라는 얘기다. ◇제품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부담 늘듯=오리온의 경우 지난 연말과 올 1월 오징어땅콩 등의 가격을 10~15% 올린 데 이어 또 다시 가격 인상을 검토하는 상황이다. 롯데제과도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린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제과 업계의 가격 인상이 통상 1년6개월 혹은 2년에 1번 꼴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가격 인상은 지나친 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은 그간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감독의 영향으로 최근에 가격 인상 사례가 몰렸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문제는 적지 않은 기업들이 분위기에 편승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려고 마음 먹으면 얼마든지 올릴 수 있다"며 "리뉴얼을 통해 원료 성분이 추가됐다며 가격을 올릴 수도 있고, 용량 조절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근 물가 당국이 식품 가격 인상을 어느 정도 용인하는 듯한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것도 식료품 가격 인상 러시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 같다"며 "서로 다른 경영전략에 근거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도매금으로 비판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격" 일제히 올려
"외국 비해 싼 편" 소비자원 조사 발표 나자 한국의 식품 가격은 외국에 비해서 어느 정도 수준일까. 최근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면(-46%), 밀가루(-42%), 양파(-17%), 설탕(-16%), 식용유(-12%), 우유(-10%), 빵(-10%) 등은 외국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서울), 미국(뉴욕), 영국(런던), 프랑스(파리), 일본(도쿄) 등 주요 7개국(G7)과 중국(홍콩), 싱가포르(싱가포르), 대만(타이베이) 등 아시아 국가의 주요 도시 11곳의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하는 22개 생필품의 평균 가격과 비교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사 결과 발표시점(지난달 29일)과 최근 인상된 국내 식품 가격 사이의 함수관계다. '까마귀가 날자 배 떨어지진다'는 말 처럼 최근 들어 외국보다 저렴한 것으로 조사된 제품의 가격이 일제히 오르고 있는 것이다. 밀가루와 설탕은 3월 말과 4월 초에 8~9%이상 가격이 올랐고, 식용유와 우유, 빵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라면업체들은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인상폭과 시기를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물가를 잡기 위한 이번 조사가 오히려 식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에 명분을 줬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그 동안 가격을 올리지 못해 속앓이를 하던 식·음료 업체들이 값을 올린 제품들이 소비자원에서 저렴하다고 결론 낸 품목과 거의 일치하는 것을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에 따라 최소한도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선 것"이라며 "소비자원 조사와 이번 가격인상은 연관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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