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30여년간 중국 고전 120권 완역한 임동석 교수

"하루 10시간씩 매달려… 200권 더 번역하고파"


"교수가 된 후 30여년간 거의 매일 새벽5시에 도시락 2개를 싸들고 연구실에 들어가 저녁에 나오기를 30여년간 반복했더니 어느덧 120권(62종)을 완역했네요. 좋아서 하는 일이니 성취감이 큽니다."

임동석(62ㆍ사진) 건국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9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번역에 매달려왔다. 고전 번역을 위해 태어난 게 아닌가 싶다"며 웃었다.

임 교수는 "처음에는 한 권 번역하는 데 2개월 정도 걸렸는데 자료가 쌓이고 노하우가 생기면서 번역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지난해 척추가 휘는 바람에 다리를 제대로 못써 수술까지 했고 의사가 만류하지만 앞으로 200권을 더 번역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주한 중국대사관과 중국문화원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중국 고전을 번역한 개인'이라고 판단,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10~12일 문화원(서울 종로구 내자동) 전시실에서 여는 '중국학 관련 번역 성과물 전시회' 초청을 받았다. 임 교수는 전시회에 그동안 번역한 고전을 엄선해 최근 출간한 '임동석 중국사상 100선(동서문화사 펴냄)' 등 총 120권의 번역서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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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선에는 논어ㆍ맹자ㆍ대학ㆍ중용 등 널리 알려진 유가의 기본경전도 있지만 명나라의 아동교육서 유학병림, 효를 주제로 한 원나라의 24효 등 임 교수가 국내에 처음 번역해 소개한 책들도 적지 않다. 시대적으로는 춘추시대 역사서인 춘추좌전부터 명나라의 제감도설에 이르기까지 3,000년의 중국역사를 아우를 정도로 광범위하다.

임 교수는 "(당 태종과 신하들의 정치문답을 정리한 정치교본인) 정관정요와 (명나라 황제의 교과서로 조선시대 과거시험이나 관리들의 승진시험에 필수과목이었던) 제감도설을 차근차근 읽어보면 덕과 지혜라는 지도자의 덕목을 깨칠 수 있다"며 "권모술수가 판을 치는 요즘 대선 후보들이 꼭 읽어야 할 고전"이라고 강조했다.

소백산의 화전민 출신인 임 교수는 고학으로 서울교대를 졸업하고 1983년 대만국립사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만 유학 시절 말로만 듣던 고전들이 학교 근처 책방에 즐비한 광경을 보고 번역을 해서 우리나라에 알리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학문의 기초는 고전이고 번역은 그 기초를 닦는 과정이다. 원문을 충실히 번역하다 보니 일반인들이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형식은 아니지만 벼를 심어 수확해야 떡과 술을 빚듯이 이번에 출간된 고전은 벼를 수확한 단계"라고 비유했다.




장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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