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복잡다단한 삶이 담긴 풍경화

문성식 개인전 4월7일까지 소격동 국제갤러리

문성식 '무심한 교차'

숲과 밤, 골목과 호수를 그린 풍경화. 하지만 이것은 초상화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 군상과 무수한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복잡다단한 삶의 초상과 표정이 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발짝 더 깊이 그림 속으로 들어가면 이것은 추상화임을 깨우치게 된다. 화가가 그린 것은 "삶과 죽음, 시간, 빛과 어둠, 자연의 섭리 같은 관념적인 것"이며 살아있음에 대한 처연함과 가련함이 진짜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작품들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에 한국관 최연소 작가로 참여하면서 미술계의 기대주로 급부상한 문성식(31)의 신작이다. 5년 만이다. 2006년 평창동 키미아트에서 열린 첫 개인전 이후 그룹전을 통해 근황을 보여주던 작가의 두번째 개인전이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24일 개막했다. 장지에 세필로 그린 회화와 연필로 그린 드로잉 50여점은 이전 작업과 확연히 달라졌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문성식은 전작에서 무대나 정원 같은 한정된 공간을 설정하고 그 위에 인공적 느낌의 정돈된 녹색 나무들을 그렸다. 하지만 신작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긴 화면 위에서 펼쳐진다. 캔버스 대신 장지를 사용했다. 붓질도 달라졌다. 작가는 "이전 작업이 벽돌처럼 쌓아서 노골적으로 드러낸 붓터치였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진흙이 으깨지듯 붓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바뀌었으나 작가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불편한 풍경을 그리고자 하는 의식은 그대로입니다. 나는 도시와 자연의 접점에 있는 서울 근교의 풍경처럼 약간 불편한 느낌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불편해져서 오히려 리얼리티가 극명해지는 순간 혹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풍경 같은 것들 말이죠. " 그의 작업은 어린 시절 경험과 주변에서 마주치는 소소한 장면들에서 시작된다. 영감을 얻는 순간 작가는 즉시 붓을 집어든다. 가령 전시작 '밤의 질감'은 부암동 집에서 신당동 작업실로 출퇴근하는 길에 본 인왕산을 그렸다. 낮 동안 존재했던 모든 사물들이 밤이 되어 사라지는 순간에서 느낀 어둠의 존재에 대한 신비감을 표현했다. 존재하지만 만질 수 없는 어둠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폭 3m의 종이를 온통 검은색으로 칠했다. 작품은 마치 까만 눈동자들로 뒤덮힌 듯하다. 작가 스스로도 "어둠의 숭고함을 물질화하기 위해 노동력을 바쳤던 무모한 도전이었다"고 얘기한다. 2층 전시장은 세밀한 연필 드로잉이 주를 이룬다. 조그맣게 그린 인물의 접힌 주름부터 수북이 떨어진 나뭇잎 하나까지 정교하게 그린, 실력 좋은 작가의 필력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풍경의 초상'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4월7일까지 계속된다. (02)735-8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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