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통상마찰 미리 대비하라(사설)

서로 얼굴을 맞대고 사는 부부 사이일지라도 대화가 부족하면 오해와 마찰이 생기게 마련이다. 남편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또는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서로와의 대화가 있을 때 비로소 이해가 가능하다. 하물며 문화와 제도, 환경이 전혀 다른 외국과의 관계에서 대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문화가 다른 국제사회에서 이심전심을 기대할 수는 없다. 특히 우리와 경제관계가 깊은 나라와의 사이일수록 대화를 통해 미리미리 오해의 소지를 없애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는 외국으로부터 자원을 수입, 노동을 가미해 제품을 수출함으로써 경제생활을 영위하는 자원빈국이다.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는 수입선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자원 공급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법률·제도 등을 자세히 이해해야만 비로소 적절한 대응책을 세울 수 있다. 예전처럼 돈이 있다고 해서 자원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에 한국 알리는 노력을 우리에게 시장을 제공하는 국가도 마찬가지다. 상품이 잘 팔린다고 무조건 수출을 하다보면 덤핑이다, 불공정 무역이다해서 제동이 걸린다. 지난 60년대 의 가발 수출도 우리식으로 팔릴 때 무작정 내다 파는 방식이 아니고 상대방 시장을 잘 연구, 질서있는 수출을 했더라면 수십년간은 수출을 더 계속 할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며칠전 미무역대표부(USTR)는 한국의 무역정책을 비판하는 불공정 무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란에서 지적한바 있지만 대미적자에 허덕이는 우리에게 쏟아진 미국의 무차별 압력에 대해 많은 국민들은 섭섭해 하고 심지어 분노까지 터트리고 있다. ○중 시장질서 가격구조 백지 미국의 주장이 「강대국의 논리」에 따른 밀어붙이기식이라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내의 한국전문가라는 미국인들조차 아직도 한미무역은 한국측의 흑자가 계속되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물론 한미 양측 모두에 있다. 미국이 한국을 알려는 노력의 부족과 한국이 미국에 우리를 알리려는 노력의 부족이 이같은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한미 양국간의 연간 무역량은 5백5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이같은 무역량에 걸맞게 끊임없이 우리를 알리는 노력을 경주,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이미지 개선에 힘써야 한다. 이것은 비단 통상외교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외교 등의 측면에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국과 자원 공급국에 우리를 알리는 노력을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석달후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다. 우리의 대홍콩 무역흑자는 연간 1백억달러, 대중 흑자는 28억달러에 달한다. 증국은 이제 거의 모든 소비재 생산에 있어 우리를 앞서고 있다. 고급기술 상품까지 물밀 듯이 밀려 오는 날도 머지 않았다. ○교역국 철저한 연구부터 이처럼 중요한 중국시장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연구를 하고 있는가. 사회주의 체제를 견지하고 있는 중국의 가격구조는 우리와는 다르다. 중국상품이 밀려 들어 올때 우리는 공정한 거래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며, 시장질서를 지켜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떠한 가격의 거래가 공정한지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의 가격구조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당당히 중국과 맞서 우리의 논리와 주장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주먹주구식의 대응은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움직일 수 없는 증거와 국제사회에서 공감받을 수 있는 확실한 논리가 있어야만 된다. 우리는 그러한 노력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문제가 생기면 온나라가 떠들썩하다가도 문제가 해결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하는 식으로 과거의 경험을 앞으로의 활동에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결점이다. 지금은 국제통상 교섭의 시대다. 교섭을 잘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한다. 최소한 우리의 주요시장인 미국·일본·중국 등에 대해서는 이제부터라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유비무환」이라는 말이 국제통상 분야보다 더 필요한 곳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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