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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포커스] 'MB 보금자리' 닮아가는 행복주택

LH 건축설계 재검토에 연내착공 사실상 어려워<br>5년짜리 정책 전락 우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공약인 '행복주택'이 삐걱대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건축설계 재검토에 착수해 연내착공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전셋값 고공행진은 계속돼 61주 연속상승이라는 신기록이 작성된 가운데 대표적 서민주거 정책이었던 행복주택이 주민들의 반대와 높은 건축비 문제까지 불거지며 지난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같은 5년짜리 시한부 정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H의 행복주택 설계가 늦어지면서 시공사 선정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기존 설계에서 데크 설치 여부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와 다양한 안을 마련하기 위해 코레일과 함께 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LH가 겉으로는 다양화를 위한 설계안 재검토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공사비가 많이 드는 데크 설치 여부 등을 재검토해 견적을 다시 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LH는 이달 초 건설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사전설명회에서 오류지구(1,500가구)와 가좌지구(650가구)의 추정 공사비가 각각 2,500억원과 510억원으로 가구당 1억6,000만원 이상 투입된다고 설명해 고가 임대주택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수현 민주당 의원도 지난 14일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당초 LH가 8일 행복주택 시공사 선정공고를 낼 예정이었지만 건설비용을 보고 받은 국토교통부가 입찰공고 전날 보류하고 설계 및 견적 재작성을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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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호언장담과 달리 주민들의 반대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공릉동ㆍ목동 등 시범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주민 반대조직이 속속 등장해 주민들의 의사를 결집하고 있다.

목동에 사는 임모(38)씨는 "대규모 소형 임대주택단지가 내 집 앞에 들어서면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경제적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인식이 주민들 사이에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구지정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목표인 20만가구 공급만을 내세워 저렴한 '직주근접' 임대주택이라는 행복주택의 도입취지까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금자리주택도 시범사업은 서초·우면지구 등 서울 강남권에서 이뤄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주민들의 반대와 부지선정의 어려움이 심화돼 비인기 지역에만 공급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급규모에 매몰되지 말고 시범사업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결해가며 점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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