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중대보도'라는 형식을 취한 것은 물론 군부 최고 실세로 꼽히는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의 전격 해임, 내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현영철에게 차수 칭호를 부여하는 등 군부가 어수선한 시점에서 빠르게 진행됐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원수 칭호는 최고사령관, 노동당 총비서, 국방위원장 등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갖춰야 하는 호칭 중의 하나다. 이번 원수 칭호 수여는 김 1위원장의 권력 장악 및 군부를 친정 체제 속에 편입하기 위한 수순인 셈이다.
◇권력 체제 굳히며 승계 마무리=김일성 주석은 6ㆍ25전쟁 중이던 1953년 2월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후계자 시절이던 1992년 4월에 각각 원수 칭호를 받았다. 따라서 김 1위원장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한 것은 북한의 관례로 볼 때 이상할 것이 없고 예견된 수순이다.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상징적 직함을 가짐으로써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모든 공식 직함 승계가 마무리된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이번에 김 1위원장에게 수여된 칭호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로 일반 군 계급으로서의 원수와는 차별화되고 북한의 실질적 통치자를 의미하는 '수령'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매우 상징적인 것으로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을 확고히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도 "김정은이 김정일 사망 직후 군 최고사령관에 올랐지만 군 계급상 차수는 최고지도자에 부적절했다"며 "이번에 원수 칭호를 수여 받음으로써 공식 직함의 승계가 대부분 마무리된 셈"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군부 장악도 완료=김 1위원장이 원수 칭호를 받은 것은 그가 북한 군권 장악을 완료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사실 북한 최고 존엄이라 칭해지는 김 1위원장이 차수에 머무르는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따라서 이날 '중대보도' 형식을 취한 것도 군 계급상으로도 명실상부하게 가장 높은 위치에 올라선 김정은의 위치를 확인시키려는 대내외적인 제스처로 해석된다. 현재 북한군 계급은 '대원수-원수-차수-대장'순으로 높다. 대원수 칭호는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과 할아버지 김일성만 가지고 있어 현재로는 공석이다.
일각에서는 리영호가 전격 해임되고 후임자가 곧바로 등장해 북한 권부 내 갈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리영호 해임에 불만을 품고 있을 군부가 수세 국면에서 탈피한 뒤 장성택ㆍ최룡해 인맥에 반격을 감행해 심각한 정치불안이 초래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이 부각되고 나아가 일각에서는 북한 내 군부 쿠데타 발생 가능성까지 점쳐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원수 칭호를 수여함으로써 리영호 해임 이후 흔들릴 수 있는 군부 내 동요 분위기는 일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