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회담이 끝난후 언론에 배포된 공동발표문에는 북·미간 타결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다. 단지 「양측은 양국관계 개선과 동북아시아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증진하기 위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계속 유지하기로 합의했다」는 게 전부다.그러나 지금까지 협상과정을 통해 흘러 나온 정황들을 종합해 볼 때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미국은 북한이 미사일발사를 거두는 대가로 대북 당근으로 경제제재 해제, 식량지원 등을 약속했을 것이라는 추론이다. 한반도의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새로운 물꼬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미사일 회담의 타결은 낭보(朗報)다. 현재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에서 열리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 클린턴 미 대통령,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 총리 등 3개국 정상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대북 포괄협상 추진의사를 재확인했다. 앞으로 북·미간에 개최될 실무협상에 따라 남·북한 사이의 관계도 급류를 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정부의 햇볕정책도 한층 탄력을 갖게 돼 그동안 소강상태를 보였던 남·북한간 경협사업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미사일 회담이 타결됐다고 해서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종식된 것은 아니다. 그것은 회담의 발표문을 보더라도 알 수가 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실무협상과정에서 번복할 수 있는 카드는 가지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의 실무협상을 지켜 봐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면합의」라는 내용이 우리를 곤두서게 한다. 미국은 우방으로서 「이면합의」의 내용을 우리정부에 소상하게 설명해 줄의무가 있다.
북한도 변해야 할 때가 됐다. 지구촌 시대에 언제까지나 혼자서만 살 수 없다. 국제무대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해서는 안된다. 북한이 생존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