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증시 안전판을 만들자] 파생상품 현물시장 교란 사례

작년 옵션쇼크- 마감 10분전 2조 매물 폭탄에 53P 폭락<br>올 8월10일- 외국인 1조 차익거래… 증시 반등 막아


[증시 안전판을 만들자] 파생상품 현물시장 교란 사례 작년 옵션쇼크- 마감 10분전 2조 매물 폭탄에 53P 폭락올 8월10일- 외국인 1조 차익거래… 증시 반등 막아 이준희기자 approach@sed.co.kr 지난해 11월11일. 옵션만기일을 맞아 개장 이후 내내 평온하던 증시가 마감시간을 불과 10분 앞두고 53포인트나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투자자들은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사태가 발생하자 충격에 빠졌다. 이날 장 마감 직전 동시호가에서 지수가 급락한 것은 도이치증권 창구를 통해 무려 2조4,424억원의 매도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직전가보다 4.5~10% 낮은 가격으로 매도했으니 주가가 버텨낼 힘이 없었던 것이다. 이는 파생상품거래가 현물시장 가격을 흔드는 '왝더독(Wag the dog)'의 전형적인 사례다. 문제는 도이치증권이 국내 초우량주들을 내던진 이유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순항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한국경제에 주가가 53포인트나 빠질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도이치증권은 주가가 떨어지면 큰 이익을 거두는 풋옵션이라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현물시장에서 주식을 내다팔면서 증시에 충격을 줬다. 당일 장 마감을 불과 11~41분 남겨두고 도이치증권은 풋옵션을 대량으로 사들였고 장 마감을 10분 남기고는 4개월 전부터 차곡차곡 쌓아놓은 프로그램 매수차익잔액을 청산했다. 매수차익거래는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것으로 이 잔액을 청산하면 그만큼 현물을 팔아야 한다. 그 때문에 2조4,000억원이 넘는 매물 폭탄이 나온 것이다. 옵션만기일이던 이날 도이치증권은 곧바로 풋옵션을 행사해 449억원을 벌었지만 국내 증시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8조8,000억원이 증발하는 큰 타격을 입었다. 도이치 사태 이후 당국이 여러 조치를 강구했지만 여전히 위험은 상존한다. 올 3월 선물ㆍ옵션 동시만기 때도 외국인은 동시호가 때 7,000억원의 프로그램 순매도를 감행했다. 우정사업본부와 투신 등이 매물을 받아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제2의 옵션 쇼크가 일어날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프로그램 매매는 수시로 증시 수급을 왜곡하기도 한다. 가까운 예로 증시가 반등을 시도하던 지난 10일 유가증권에서 외국인은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인 1조2,829억원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선물과 연계한 프로그램매매(차익거래)를 제외하면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2,300억원대로 확 줄어든다. 그럼에도 프로그램매매에 대한 관심이 적은 일반 투자자들로서는 외국인 대량매도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프로그램매매와 더불어 하락폭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자동으로 해당 기초자산(지수 또는 종목)을 팔아야 하는 주가연계증권(ELS)도 현물을 교란시키는 주범 중 하나다. 파생상품의 현물교란이 주목 받게 된 것은 1987년 미국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였다. 당시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10월19일 월요일 단 하루 동안 22.6%라는 기록적인 낙폭을 보였다. 이날 하락폭은 1929년 세계 대공황 때보다도 컸으며 여태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3개월 뒤 니컬러스 브레디 미국 재무장관은 대통령특별조사위원회에서 당시 사건의 원인으로 프로그램매매를 꼽았다. 결국 이때 나온 '브레디 보고서'를 계기로 현ㆍ선물 시장이 급변할 경우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정지하는 사이드카(Sidecar)와 아예 거래를 일정시간 멈추는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가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6년 주가지수선물시장을 개설할 때부터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증시 안전판을 만들자] 기획연재 전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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