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TPP 의료방법 특허 논란, 냉정하게 대처를

김지수 특허청 특허심사제도과장


"우리는 개인의 금전적 이익이 아닌 환자와 사회를 위한 의료기술 개발에 힘써야 합니다." 1995년 미국의 안과의사 싱어가 수술방법에 대한 특허침해소송에서 승소한 후 한 말이다.


1993년 미국의 안과의사 폴린은 실로 꿰매지 않는 눈 수술방법에 대한 자신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싱어를 고소했다. 그 수술방법은 당시 통용되던 방법이었기 때문에 2,000여명의 다른 안과의사들도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특허침해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하게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국 폴린의 특허가 무효 판결을 받음에 따라 안과의사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이 사건을 통해 의료방법 특허의 심각성에 자극받은 미국은 1996년 의료인의 의료행위에 대해서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조항을 특허법에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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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 통합을 목표로 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검토하면서 의료비용이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TPP 지식재산권 분야 협정문 초안에 의료방법에 대해 특허를 부여하는 항목이 포함돼 있어 의료기술에 로열티를 지급하게 된다는 것.

공개된 문건의 진위를 떠나 현 단계에서 앞서가는 진단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먼저 국제사회에서 의료방법에 대해 특허를 허용하지 않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TPP를 준비하는 일본·뉴질랜드·칠레 등을 포함해 특허제도가 있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의료방법 자체를 특허로 인정하지 않는다. 또 TRIPs,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전 세계 어느 국제협약에서도 의료방법에 특허를 부여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의료방법에 특허를 부여하는 미국 역시 의료행위에 대해서 특허권의 효력을 제한한다.

즉 TPP가 의료방법을 특허 대상으로 강제해 의료비가 상승하리라 여기는 것은 지나친 추측으로 보인다. 과도한 우려로 반응하기보다 정확한 정보 수집과 상황 판단을 바탕으로 다가올 여러 국제협정에 냉정히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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