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열풍을 잠재운 막걸리의 신장세가 주춤하고 반면 위축됐던 와인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와인의 역습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까지 내수시장 막걸리 출고량은 27만9,034㎘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3%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에는 연간 20만7,501㎘로 전년보다 53.0% 신장했고 2010년에는 33만7,325㎘로 62.6% 증가했다. 다만 올 9월까지 수출량은 1만6,333㎘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5.8%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막걸리는 시ㆍ군ㆍ구 단위로 묶여 있던 시장의 장벽이 사라지면서 경쟁이 생겨났고 제품의 품질이 향상된데다 건강에 도움되는 성분이 많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09년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유산균과 섬유질이 많을 뿐 아니라 심장과 혈관계에 좋은 타닌 성분이 적포도주보다 많아 웰빙 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한식의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음식과 함께하는 막걸리의 수출량도 급증했다. 반면 와인시장은 위스키와 맥주를 섞어 만드는 양주폭탄에 대한 반발로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 해인 2007년에는 전년 대비 40%로 폭발적 신장을 했다. 당시 법인의 접대비 규제가 강화되면서 룸살롱이 타격을 받고 고도주를 피하려는 음주문화가 형성되면서 와인바가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와인시장은 수입량을 기준으로 2000년대 초부터 전년 대비 10~40%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고 2007년 43%로 급신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면서 와인 수입량은 2008년에는 -9%, 2009년에는 -20%로 역신장했다. 와인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이 막걸리 소비가 확신되는 시점과 맞물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와인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9리터 박스를 기준으로 2010년에는 273만박스로 전년보다 7% 늘어났고 올 9월까지 212만2,000박스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나 신장했다. 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9,700만1,000달러어치나 수입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21% 늘었다. 국내 최대 와인 수입업체인 금양인터내셔날의 김숙영 과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춤했던 와인시장이 다시 회복되고 있다"며 "특히 올해는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유럽산 와인 가격이 싸지자 고급 와인들이 대량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와인은 3만가지가 수입될 정도로 품종ㆍ지역ㆍ기후ㆍ블렌딩 등에 따라 제품이 다양해 수요의 지속성이 있지만 막걸리는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단가도 낮고 안주도 더 팔리지 않아 업소에서 판매하기 싫어하는 한계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근중 이마트 와인바이어는 "전통주 막걸리가 시장에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한계점을 극복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