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이집트 이슬람조직 봉기 선언… 내란 조짐

군 친무르시 시위대 발포에 반발<br>알누르당도 과도정부에 이탈의사

이집트 군부가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강제 퇴진시킨 후 벌어진 대규모 소요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며 이슬람주의와 세속주의 세력 간 본격적인 충돌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집트군이 친무르시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수십명이 사망하면서 이집트 내 주요 이슬람조직들은 잇따라 봉기를 선언했다. 과도정부에 참여했던 이슬람정당도 군부의 살상에 항의하며 이탈의사를 밝혔다.

이집트 보건당국은 8일(현지시간) 이집트군이 이날 오전 카이로에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42명이 죽고 100여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 등 외신들은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가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이집트 내 최대 이슬람조직인 무슬림형제단은 성명을 내고 "봉기(uprising)를 일으킬 것"을 지지자들에 촉구하는 한편 "새로운 시리아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무르시 전 대통령의 소속정당인 자유정의당(FJP)도 "탱크로 혁명을 훔치려는 자들에 대한 이집트의 위대한 국민들의 봉기를 요청한다"고 선언했다.


당초 무르시 축출을 지지하며 과도정부에 협조했던 이슬람 근본주의 정당인 알누르당마저 성명을 내고 "군부의 살상행위를 규탄하며 모든 정부구성 논의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알누르당은 앞서 세속주의 지도자인 무함마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총리로 기용하려던 아들리 만수르 임시대통령의 계획에 거세게 반발하며 이를 철회시키는 등 정부구성을 둘러싸고 세속주의 세력과 대립을 겪었다. 이에 정부는 경제전문 관료이자 변호사인 지아드 바하 엘딘 전 이집트 금융감독청장을 총리에 임명하는 차선책을 마련했으나 알누르당은 이번에도 "엘딘은 엘바라데이가 이끄는 구국전선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면서 분명한 거부의사를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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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과도정부에 참여한 유일한 이슬람 세력인 알누르당이 이탈할 경우 이집트 정국은 걷잡을 수 없는 파행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인 살라피스트들이 결집한 알누르당이 무슬림형제단 등 친무르시 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날 잠시 소강상태를 보였던 친무르시ㆍ반무르시파 간 충돌도 다시 격화되는 등 지난 5일부터 시작된 전국적인 소요사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가 내전 등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더욱 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7일 "시리아는 이미 내전에 휩싸였고 슬픈 얘기지만 이집트도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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