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국보 창고로 떠나는 전시 나들이

● 간송미술관 '표암과 조선남종화파전'<br>표암 탄생 300돌 맞아 제자 등 작품 70여점 선봬<br>●호림박물관 '상상의 나라-민화 여행'<br>3개 전시실로 나눠 30여년간 모은 화조도 등 공개

간송미술관에 전시된 조선후기 남종화파 표암의 '노인관수'.

호림박물관에 전시된 민화 '화조도'

교육가이자 문화재 수집가인 간송 전형필(1906~1962) 선생이 1966년 세운 성북동 간송미술관은 국내 최초의 사립박물관으로, 국보와 보물급 문화재를 각각 10여점씩 소장하고 있다. 간송은 식민지 시대에 물려받은 재력을 토대로 사재를 털어 국보급 문화재의 해외 유출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문화재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했다. 간송이 일제 시대 문화재 수호에 앞장 섰다면 개성 출신 사업가 호림 윤장섭(91) 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은 광복 이후 문화재 수호에 나선 인물이다. 그가 모은 유물은 도자기ㆍ서화 등 1만 5,000여점, 이 가운데 국보가 8건, 보물 46건에 이른다. 1971년 상감청자 구입을 계기로 유물 수집에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된 윤 이사장은 지난 1982년 서울 신림동에 호림박물관을, 2009년에는 신사동에 호림아트센터를 열었다. 간송미술관과 호림박물관이 국내 최대 사립미술관인 삼성미술관 리움과 함께 3대 사립박물관으로 꼽히는 이유다. 간송, 호림 두 박물관이 비슷한 시기에 의미 있는 전시를 열어 주목을 끌고 있다.

◇간송미술관의 '표암과 조선남종화파전'= 일년에 두 차례만 문을 여는 간송미술관이 12일부터 26일까지 표암 강세황(1713~1791)과 정조 시대 조선남종화파 20여명의 고미술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표암 탄생 300주년이 되는 해. 표암은 조선후기 문화 융성기인 영ㆍ정조시대 활동했던 문인화가로, 단원 김홍도의 스승이었으며 정조시대에는 당대 예술계를 이끌었다. 그러나 맏형의 과거 부정으로 출세길이 막혀 60세 출사(出仕ㆍ벼슬로 나아감)할 때까지 그림 그리는 일에만 전념했다. 그의 작품에는 세상으로부터 실력을 인정 받지 못하고 출사 기회조차 박탈 당한 자의 진한 슬픔이 배어 있다. 그가 그린 산수화에는 겸재의 진경산수화에선 만날 수 없는 우울하면서도 쓸쓸한 기운이 진하게 감돌고 있다. 표암은 당대를 주도하던 진경 화풍과 스스로를 차별화하며, 심사정과 더불어 중국 남종화를 수용하고 조선 방식으로 정착해 조선남종화파를 발전시켰다. 대상을 간략히 묘사하고 강한 필선으로 윤곽을 강조하며 여백을 중시해 화면의 공간감을 확대시키는 것이 조선남종화파의 화풍이다. 간송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표암의 산수화ㆍ묵죽화 등 10여점을 포함해 그의 영향을 받은 동년배의 이광사, 허필, 이인상, 최북 및 제자 세대의 김홍도, 이인문, 김득신, 조윤형, 정수영 등 20여 명의 작품 70여 점이 전시된다. 관람료는 무료.


◇호림박물관의 '상상의 나라-민화 여행'= 호림박물관은 9월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신사분관에서 특별전 '상상의 나라-민화 여행'을 개최한다. 지난 30여년간 모은 민화 가운데 80여점을 엄선해 공개하는 전시로, 크게 3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한다. '화폭에 자연이 들어오다'란 주제를 담은 제1전시실에는 꽃과 나무, 영모(翎毛·새나 짐승), 어해(魚蟹·바다동물)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모았다. 그 가운데 화조도는 부부 금실이 좋아지고 자손을 많이 낳는다는 의미가 담겨 침실용으로 인기가 많았다. 제2전시실에는 '화폭에 책과 문자를 놓다'란 주제로 꾸몄다. 책이나 문방구를 그린 책거리그림이 눈에 띈다. 백수백복(百壽百福·장수다복)과 같은 문자로 만든 민화도 함께 전시된다. 마지막 제3전시실의 '화폭에 옛 이야기를 담다'에서는 유교적 이상이 반영된 전경을 담은 산수화나 옛 이야기를 그림으로 옮긴 작품들에 초점을 맞췄다. 금강산이나 관동팔경을 그렸거나 삼국지연의와 구운몽을 소재로 한 민화가 눈길을 끈다. 조선 후기 서민층에서 유행했던 민화는 정통 회화와 달리 관습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기발한 상상력과 자유분방한 채색이 돋보이는 만큼 볼거리가 많은 전시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3,000∼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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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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