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과학] 지름길 안내시스템 나왔다

「전국을 무대로 뛰는 영업사원 K씨는 거금을 들여 자신의 차에 카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달았다. 하지만 K씨는 최근 카 네비게이션 시스템만 믿고 지방 소도시를 찾아가다 낭패를 당했다. 산사태로 길이 두절된 줄도 모르고 국도에 접어들었다가 약속시간을 못지켜 결국 계약을 하지 못하고 만 것이다.」기존 「카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지도상에 현 위치와 목적지로 가는 길, 방향을 알려준다. 그러나 체증, 교통사고 등 갈 길의 교통상황까지 알려줄 수는 없다. 「단순한」 카 네비게이션 시스템만으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도로사정에 대처하기는 아직 힘든 실정이다. 한양대 노정현(魯正鉉) 교수팀(도시공학과)은 교통체증 등 도로상황을 미리 파악, 막히지 않는 우회도로까지 알려줄 수 있는 「인공지능형 지름길 안내시스템」을 최근 개발했다. 노정현 교수는 『이 시스템은 자동차로 5~10분 거리 앞에 있는 사고를 미리 알려주고, 이를 피해갈 수 있는 도로도 함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시스템은 한번 방향을 잡은 뒤에도 사고 등 돌발상황에 따라 수시로 갈 길을 바꿔줄 정도로 「민첩」하다. 기존의 카 네비게이션 시스템이 「시킨 일」만 하는 반면, 魯교수팀이 개발한 시스템은 지능을 가진 것처럼 예측한다. 이 시스템의 원리는 「전자눈」과 「인공지능」이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가 도로의 운행상태를 점검한다. 차들이 늘어선 거리, 운전 형태에 따라 사고와 단순한 정체를 구별한다. 魯교수는 『사고가 나면 차들이 차선 위를 엇갈리며 진행하지만 정체 때는 차선을 따라 진행한다』며 『이런 정보를 모아 「두뇌」격인 전문가시스템이 최적의 길을 찾는다』고 설명한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려면 중앙관제시스템과 수많은 영상카메라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책상 위의 연구로만 머무를 수도 있다. 魯교수는 『외국 학술회의에 발표하여 연구성과를 인정받았다』며 『앞으로 서울시, 경찰청 등과 협의하여 이 시스템을 설치하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魯교수는 이 연구와 관련, 「수학적 컴퓨터 모델링」 등의 논문을 해외 학술지에 10여편 실었다. 지름길 안내시스템은 세계에서 일본에 가장 많이 보급돼 있다. 200만대 이상의 차들이 이 시스템을 달고 있을 정도. 작은 모니터에 가라오케 시스템, TV까지 덧붙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 상륙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魯교수는 『우리나라의 교통시스템을 효율적으로 바꾸면 자동차의 운행 속도를 30%는 높일 수 있다』며 『지름길 안내시스템을 사용하면 거리에서 소모하는 기름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상연 기자 DREAM@SED.CO.KR ◇컴퓨터가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지름길 안내 시스템」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이 시스템 때문에 거꾸로 교통체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약」주고 「병」주는 셈이다. 모든 자동차가 지름길 안내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모든 운전자가 「가장 덜 막히고」, 「빨리 갈 수 있는」 하나의 길을 알게 될 것이다. 수많은 운전자가 똑 같은 길에 몰리는 것이다. 컴퓨터는 다른 길을 또 알려주겠지만 그 길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어쩌면 가장 밀릴 것으로 예상된 길이 실제로는 가장 시원하게 뚫리는 길로 바뀔지 모른다. 외국에서는 「지름길 안내 시스템」을 얼마나 많이 보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적당히」 지름길을 알려줘야 지름길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노정현 교수는 『40~50%가 적당한 것 같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누가 혜택을 받게 될지 선택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돈」을 가진 사람에게 지름길 시스템을 안팔 수는 없다. 응급차량을 주로 한다면 경제성이 없다. 과학의 발전이 꼭 바라는 효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교통사고나 정체 속에서도 막히지 않는 길을 알려주는 「지름길 안내 시스템」이 나왔다. 魯正鉉 교수가 컴퓨터로 전자지도를 보며 서울 강남에서 막히지 않는 길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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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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