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다툼은 다른 나라나 다른 조직의 우두머리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같은 나라, 같은조직내 1인자와 2인자의 싸움이 더욱 치열할 수 있다. 중국 역사 속에 숨어있는 제왕과 재상 간의 권력 투쟁이 그런 사례를 입증해준다. 우두머리간의 다툼은 승리와 패배만 남지만 제왕과 재상의 투쟁은 외부 세력의 힘보다 더한 내부 분열을 낳을 수 있다. 때로는 완벽한 파트너로, 때로는 철천지 원수가 되어 왕조의 발전과 쇠락을 써내려간 제왕과 재상의 이야기다. 책은 팽월(彭越))과 유방(劉邦), 화신(和珅)과 건륭제(乾隆帝), 증국번(曾國藩)과 동치제(同治帝) 등 중국 역사 속 1인자와 2인자의 대립과 화합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들 중엔 서로를 존경하고 신임해 최고의 파트너가 된 이들도 있으나 어리석은 재상 때문에 제 뜻을 펼치지 못했던 군주나 재상의 충성을 배반해 몰락의 길로 접어든 군주의 모습도 있다. 유방은 천하통일을 도운 개국공신 팽월을 저버린다. 탁월한 능력을 갖춘 2인자가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이 같은 사례에서 교훈을 얻은 청나라 말기의 정치가 증국번은 난을 진압한 후 자신이 조직한 군대를 해산시킴으로써 황제의 의심과 경계를 누그러뜨리고 충신으로 남게 됐다. 또 서한(西漢)에 무제(武帝)가 재위에 있을 때 재상이던 전분(田蚡)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황제를 이용해 대권을 마음대로 흔들었다. 그가 추천하는 자라면 누구든 원하는 자리에 올릴 수 있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책은 총 80여명의 이야기를 통해 권력의 속성을 파헤친다. 역사 속에 가려져있던 2인자의 권력 투쟁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1만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