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부와 재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간 운영된 노사정위원회의 '세대 간 상생위원회'는 최근 정년 60세 의무화와 관련해 '개별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 조정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공익위원 권고문을 최근 내놓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경영계는 '임금 삭감'이나 '임금 피크제' 등의 표현을 주장했고 노동계는 보다 광범위한 표현인 '임금 체계 개편'을 주장해 공익위원이 가장 중립적인 표현인 '임금 조정'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정위원회는 노사 관련 주요 현안에 대해 노동계·경영계·정부 등 3자가 모여 대화를 하는 논의기구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교수·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익위원이 권고 사항을 제시한다. 애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법안 심사 소위 과정에서 공익위원 안을 토대로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환노위 인적 구성이'여소야대'인 데다 새누리당 소속 환노위 위원 가운데 노동계 출신 인사가 포함돼 있는 게 문제였다.
결국 환노위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의 의견이 적극 반영되면서 임금 조정이라는 표현 대신 임금 체계 개편이 개정안 문구로 최종 확정됐다. 임금 피크제가 불가능하면 임금 조정을 명시한 공익위원 안이라도 관철되기를 원했던 재계의 바람은 물거품이 된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다른 표현들과 달리 임금 체계 개편은 호봉제를 연봉제로 전환하는 등의 수평적인 개념"이라며 "뿐만 아니라 워낙 광의의 개념이라 여러 수당 가운데 가족수당 하나만 없애도 임금 체계 개편이라고 우길 수 있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앞서 재계는 '60세 정년이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청년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개정안을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재계의 극렬한 반발에는 이러한 표면적인 이유 외에 임금과 관련한 문구 설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재계 안팎의 분석이다.
그나마 '비빌 언덕'이었던 임금 조정과 관련한 문구조차 노동계가 원하는 방향으로 확정되자 재계는 모든 걸 잃고 노동계는 전부를 얻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게임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