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부주도 교통정리 불가피”/금융기관 합병 의미·문제점

◎“합병땐 각종 혜택·의무는 유예” 골자/“시장원리 의한 퇴출” IMF와는 이견 정부가 15일 발표한 「금융기관의 합병 등에 대한 인가기준 및 지원사항」은 합병을 통해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외경쟁에도 대비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그러나 IMF체제아래서도 「금융기관간 경쟁촉진」보다는 특혜지원 등 정부주도로 금융산업을 끌고 가겠다는 발상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발표내용은 금융기관끼리 합병할 경우 정부가 자본금증액(증자), 점포설치, 업무영역 등에 있어 각종 혜택을 주고 생보사의 지급여력기준충족 등 금융기관으로서 지켜야 할 각종 의무를 당분간 유예시킨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에 대해 어떤 식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 때문에 부실금융기관을 폐쇄시키고 구조조정을 위한 합병시에도 주주 등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도록 한 IMF와의 협약내용과도 상치돼 실행여부도 미지수다. 이날 발표된 주요내용과 문제점을 부문별로 살펴본다. ▲구조조정의 주체는 정부인가 금융기관 자율인가=재경원은 금융기관의 자율적인 합병을 유도하기 위한 기준만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밝히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의 처리는 별도로 접근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주도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하다는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예컨대 은행간 합병의 경우 합병을 책임지고 이끌어나갈 경영주체가 없다. 또 BIS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정부가 은행에 대해 출자를 하는 상황이다. 다른 금융기관들도 상당히 심각한 수준으로 부실화가 진행돼 정부도움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금융기관이 많다. 결국에는 최소한의 생존을 댓가로 정부의 구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부실금융기관과 임직원의 운명은=정부발표문에는 이미 영업정지를 받은 14개 종금사의 처리방향 등에 대해서 언급이 없다. 그러나 재경원 관계자는 『재벌그룹이 대주주인 종금사 등 상당수는 자구노력을 통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 『금융기관의 문을 닫는게 쉬운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합병을 통해 가급적 이름은 없애더라도 실체는 유지한다는 생각이다. 종업원의 장래와 관해서 이날 대책은 「합병시 자회사 점포설치 등을 우대해 잉여인력의 활용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정리해고 등을 통한 인력감축을 최소화 하자는 것이다. 은행, 증권, 종금, 보험 등 금융기관마다 일률적으로 30여개에 달하는 금융기관의 숫자를 줄이고 덩치를 키우자는 복안이지 시장에서 퇴출시키자는 내용은 아니다. ▲IMF 원칙에는 충실한가=부실기관을 과감히 퇴출시키기보다는 끌고가기에 치중해 시장원리에 따른 부실금융기관의 도태를 요청하는 IMF와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IMF는 부실금융기관은 퇴출시키고 원칙없는 합병 등에 따른 부실확산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으로, 부실금융기관 경영진에게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실금융기관의 대주주가 정부주도에 따른 합병과정에서 프리미엄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받을 경우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조건만 합당하면 합병이 가능한가(준칙주의여부)=정부는 합병기준은 원칙적으로 준칙주의에 입각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원칙적이란 표현이 중요하다. 인가권이 여전히 정부에 있기 때문에 기준을 맞추었다고 가능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은행합병시 증권, 종금, 보험사허가를 주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가 제한적으로 금융기관의 설립을 허용하겠다는 입장은 분명하다. ▲지원대책은 타당한가=금융기관들이 부실지점을 자율적으로 폐쇄하고 있고 액면가에 못미치는 금융주가 수두룩한 증시상황에서 점포설치허용, 증시에서의 증자허용 등이 효과있는 대책이 될지는 의문이다. 또 은행, 증권, 종금 등 당장 문제가 된 금융기관의 정리가 주된 목표다보니 지원대책도 이들 금융기관 중심으로 돼있다. 모든 금융기관간의 합병을 유도한다면서도 보험과 증권, 은행과 보험 등은 당장 현안이 아닌 금융기관간 합병처리 대책이 없다. 결국에는 은행, 종금, 증권사, 보험사를 줄여서 경쟁력을 키우고 기존사는 가급적 죽이지 않고 끌고 가겠다는 IMF이전의 금융산업구조조정계획의 대상을 다소 확대하고 시기를 단축시켰을 뿐이라는 지적이 많다.<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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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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