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설악산 화가' 김종학 화백 회고전

미공개 인물화 등 80점 작품<br>과천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

'No.13 설악산'

"그림 그리기란 사람이 자유롭고자 함인데 지금까지 이념의 노예가 되었던 것은 말도 안된다.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자연을 그리는 것이야말로 화가의 숙명적 책임이다. 자연을 열심히 보지 않는 작가는 좋은 작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고 나는 자연을 마음대로 그렸다. " 백발이 성성한 원로화가 김종학(74)이 야생화를 그리고 산을 그리는 이유다. '설악산의 화가'라 불리는 김종학의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50여년 화업을 조망한 대규모 회고전이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 화백이 서울대, 도쿄미술대, 뉴욕 프렛대에서 수학한 뒤 귀국한 1960년대의 한국 화단은 추상화 전성시대였다. 처음에는 그도 추상미술을 추구했다. '작품603'(1963년작) 등 한두가지 색으로 구체적 형상 없이 그린 추상화들은 과감한 붓질을 이용해 고민하고 실험한 흔적이 역력하다. 하지만 개성 강한 그는 스스로 주류를 버렸다. 추상미술이 아닌 구상미술로 돌아섰고 무채색 위주의 모노크롬 회화가 대세를 이루자 정반대로 화려한 원색을 추구했다. 1979년 이혼의 충격으로 그는 서울의 삶을 버렸다. 무작정 들어가버린 설악산에서 그는 자연을 만났다. "그때만 해도 꽃그림은 '이발소 그림' 정도로 치부됐었는데 외로운 산에서 봄에 핀 야생화에게서 마음의 위안을 얻게 되더라고요.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내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걸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때부터 그림이 달라졌다. 화폭에 꽃이 피었다. 원래 추상미술을 한 덕에 꽃의 세세한 부분들은 빠지고 강렬한 색과 거친 붓질로 원초적 생명력만 표현됐다. 80년대 중반까지는 어두운 녹색조의 쓸쓸하고 우울한 정서가 지배적이지만 이후 '김종학표 꽃그림'이 펼쳐진다. 꽃이라는 소재는 여성적이지만 작가의 힘찬 필력, 클로즈업한 빽빽한 화면구성은 남성적 풍경을 이뤄내 평단과 시장 양쪽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고갱에게 타히티가 있고 앤젤 아담스에게 요세미티가 있었듯 김종학은 설악산을 주제로 다채로운 풍경화를 완성했다. 화사한 봄과 푸르른 여름 외에도 스산한 가을산과 담백한 겨울산의 풍경을 두루 볼 수 있다. 지금도 그는 한 달 중 20일 이상을 설악에 머물며 작업한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인물화를 비롯해 설악에 머무르며 아들과 딸에게 보낸 편지지에 그린 그림 등 작가의 속내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 80여점이 전시됐다. 6월26일까지. (02)2188-6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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