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올해 첫째 과제는 적자 개선(사설)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해를 맞았다. 경기, 물가, 국제수지 그 어느것 하나 밝은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바닥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이 내리 막길을 걷고 있는 경기가 하반기에도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가는 정초부터 각개약진을 시작했다. 지난해 억눌러 왔던 공공요금과 개인서비스 요금의 폭발이 시간문제일 뿐이다. 증시는 공황을 방불케 하는 상황이고 노사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대량실업과 고용불안으로 인한 고실업시대가 예고되고 있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와 경쟁력의 약화에서 비롯된 수출부진과 수입의 급증추세는 올해도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 대통령선거라는 정치적 부담까지 안고 있다. 불확실성의 북한체제도 한국경제 진로에 적지않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어려울 때 행운을 안겨줬던 대외 환경도 올해는 믿을 만한 것이 못된다. 설사 행운이 온다 해도 우리의 경제구조가 효과적으로 받아들여 활용할 만큼 여건이 갖춰져 있지 못한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렇다고 비관만 하고 주저 앉아 있을 수는 없다. 하기 나름이다.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올해는 21세기를 3년 앞두고 다음 1백년을 맞는 징검다리해다. 세계 각국이 경제 제일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실질적인 무한 경쟁시대를 뛰고 있는 것이다. ○수출활력·수입억제 초점 정글법칙만이 통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느냐, 후진국으로 주저 앉느냐는 올해 경제활력을 회복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은 곧 경제운영 방향의 설정으로 결정될 것이다. 물가, 경기, 국제수지 등 세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똑바로 잡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렇다면 선택할 수밖에 없다. ○환율 정책을 지렛대로 정책은 선택이 중요하다. 어느 모로 보나 올해 경제정책의 초점은 국제수지개선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수지 개선의 해법은 수출 활력과 수입 자제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수출이 잘 될때 경제가 잘 풀리고 잘 돌아간다. 무역흑자, 경상수지 균형에 외채 걱정도 없다. 그러나 수출이 안될 때 산업활동과 투자가 위축되고 경기가 후퇴하면서 기술개발과 경쟁력 강화의 여력도 잠식당해 경제가 병을 앓게 된다. 이것이 수출주도형 경제 체질이다. 지금 겪고 있는 위기 경제의 만병은 바로 지난해부터 내리막으로 돌아선 수출부진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책도 없고 소신도 없으면서 수수방관해온 탓으로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2백30억달러를 넘어서 사실상 세계 최대 적자국이 되었다. 외채 또한 1천억달러가 넘어서 만성적인 외채국으로 굳어져가고 있다. 올해 국제수지가 지난해보다는 줄어든다 해도 1백80억달러에 이르고 외채는 1천2백억달러에 이르러 외채망국론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의 무정견과 허세, 그리고 정부의 낙관론을 섣불리 믿고 따른 소비풍조가 빚어낸 결과다. 수출이 안되고 적자는 커지는데도, 엔저가 가파르게 진행되는데도 원화를 고평가하여 환율을 붙잡아 매고 고가 호화 사치품 수입과 과소비 해외여행을 촉진시켰던 것이다. ○대통령이 나서야 할때 소득 1만달러가 되면 잘 살게 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빚만 늘어났다.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정착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만 하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선진국이 될 줄 알았는데 거꾸로 후진국 병이 깊어져가고 있다. 올해 역시 수출경쟁력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에 치이고 개도국에 쫓기는 신세를 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에 개방의 가속화, 특히 서비스 시장의 개방으로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무역외수지적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역시 수출 활력의 회복과 수입 억제에 정책목표를 두고 다시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물론 전제되어야 할 고비용구조파괴와 경쟁력 향상이 쉬운 일은 아니다. WTO체제 정착과 OECD 가입 이후 정책수단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길이 없는 건 아니다. 의지와 분위기만 살리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게 마련이다. 가격 경쟁력의 회복은 말할 것도 없고 비가격경쟁력의 향상에 힘을 기울여야 할 때다. 기술개발과 디자인 개발도 소홀히 할수없다. 특히 환율의 적시 활용은 유효한 지렛대가 될 것이다. 위기 불감증이 무책과 정책실기를 초래했다.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다. 남은 임기 1년은 경제 살리기, 수출활력회생에 전력을 쏟는 일로 마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실책을 솔직히 시인하고 새로운 출발을 호소해야 한다. 지난해와 같은 경쟁력 높이기, 적자 반으로 줄이기 등 호도성 구호로는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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