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회초리 특허 vs 몽둥이 특허


구글은 지난달 중순 특허 1만6,000개를 토핑으로 얹은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125억달러에 인수했다. 구글의 통 큰 선택 뒤에는 쓰라린 실패의 경험이 녹아 있다. 구글은 지난 7월 파산한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의 특허 6,000개를 9억달러에 매입하려다 45억달러를 제시한 애플 연합군에 빼앗겼다. 구글과 애플이 치열하게 특허 확보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분명한 건 주인이 바뀐 특허 2만2,000개가 조만간 우리 기업의 목을 죌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도 원천 특허로 되갚아야 우리의 대비책은 뭘까. '회초리로 맞았으면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전략이다. 특허는 출원시점이 가장 중요한데 제일 먼저 출원해 등록된 발명을 원천특허라고 부른다. 원천특허는 무효로 만들 선행기술이 없어 천하무적이 된다. 혹자는 "열심히 특허를 모아 원천특허에 대항하자"고 주장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출원시점이 늦은 개량특허는 태생적으로 원천특허를 침해할 수밖에 없다. 수백 개를 모아도 원천특허에 진다. 만약 외국의 원천특허를 도용해 물건을 만들어 팔다 들켜 판매금지(가)처분, 과징금 등 매를 맞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쉬운 방법은 해당 시장에 물건을 팔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그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면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외국 기업 등으로부터 맞은 것 이상으로 우리가 가진 원천특허로 더 많이 화풀이하는 것이다. 회초리로 맞았다면 더 크고 굵은 '몽둥이 특허' '망치 특허'로 맞은 것의 10배ㆍ100배만큼 회초리 주인 등 누군가를 흠씬 두들겨 패면 된다. 그렇다면 몽둥이 특허, 망치 특허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시간은 걸리겠지만 발명가들을 양성해 그들이 박달나무 몽둥이, 파이넥스 강철 망치는 물론 인공지능 쌍절곤, 무인비행 삼지창 등을 개발하도록 하면 된다. 혹자는 "외국에서 사오자"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 내고 남이 만든 것을 사다 쓰는 방법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상대편은 더 긴 몽둥이, 더 큰 망치를 들고 나타날 수도 있고 갑자기 값을 올리거나 더 이상 팔지 않겠다고 버틸 수도 있다. 사다 쓰는 것은 순간만 모면할 뿐 언젠가는 위기가 현실로 닥치기 마련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지원 연구비가 해마다 늘고 있고 기술사업화 전문인력도 수백 명에 달하는데다 세계 우수 학술지에 일기 쓰듯 논문을 게재하는 학자도 많다는 점이다. 물론 앞길을 가로막는 장벽을 먼저 걷어내야 한다. 우선 제조업 위주의 입법ㆍ행정정책을 지식기반경제로 바꾸고 변리업계는 고질적 덤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또 국내출원 위주의 특허전략을 글로벌화해야 하고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평가제도로 전환이 필요하다. 사법부도 우량 특허에 대해서는 정당한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측우기ㆍ거북선ㆍMP3플레이어ㆍ소셜네트워크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우리 민족의 저력으로 우리가 가진 엉성한 구슬을 갈고 닦아 보배로 만들 수 있다. 발명가 양성·창업 적극 지원을 원천특허 없이 세계 무대에 진출해 이곳 저곳에서 당하는 수모는 전적으로 지식기반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우리의 자업자득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싼 수업료를 내고라도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대신 앞으로는 더 비싼 수강료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 박달나무 몽둥이, 파이넥스 강철 망치를 만들 줄 아는 발명가들을 서둘러 양성하고 이런 발명품으로 인공지능 쌍절곤, 무인비행 삼지창 등을 제조하는 세계 선도기업을 창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행히 그동안 열심히 노력해온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그리 멀지 않다. 우리가 활개를 펼 수 있는 원천특허는 바로 코앞에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