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경제 아킬레스' 주택시장에 온기

모기지금리 사상최저 행진에 뉴욕등 도시 주변 거래 활기


미국 뉴욕 맨해튼 북쪽의 교외지역인 뉴로첼에 사는 컴퓨터 엔지니어 라주 파불루리씨는 최근 55만달러에 침실 3개짜리 단독주택을 구입했다. 아담한 뒤뜰과 테라스를 갖춘 이 집은 금융위기 전에는 80만달러를 호가했다. 파불루리씨는 매물이 많고 수요자가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쥘 수 있을 때 주택을 구입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주택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뉴욕 같은 대도시 주변에서 중산층이 주로 찾는 주택의 거래가 활기를 띠고 있다. 중개업체에 따르면 맨해튼에서 40㎞ 정도 떨어진 웨체스터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50만달러 미만 주택의 거래는 전년보다 40% 늘어났다. 버블 붕괴 이후 몇년 동안 주택마련을 미뤘던 수요자들이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것.

주택시장을 둘러싼 여건은 크게 개선되고 있다. 미국 주택 가격은 지난 2006년 이후 평균 33% 하락해 어느 정도 거품이 걷힌 상태다. 모기지금리는 사상최저 행진을 지속하면서 주택구입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지난주 30년 만기 장기 모기지금리는 평균 4.06%, 15년 만기 모기지금리는 3.33%를 기록했다. 여기에 최근 실업률ㆍ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호전되면서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발표된 전미주택건설협회(NAHB)의 1월 미국 주택시장지수는 25로 지난해 12월의 21보다 큰 폭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 주택시장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 지수는 2007년 6월 이후 4년7개월 만의 최고치이기도 하다. 이 지수는 2008년 초 이후 바닥권인 14와 22 사이에 머물러왔다. NAHB의 데이비드 크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지표와 소비자심리 개선으로 주택시장 역시 체감경기가 나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지난 수년 동안 주택시장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투자은행들의 시각도 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주택 가격이 올해 3% 추가 하락한 후 반등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골드만삭스는 주택구입 여력이 개선돼 많은 수요자들이 앞으로 1~2년 내에 주택구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주택 착공실적은 버블 붕괴 전 연간 100만건 수준에서 50만건으로 뚝 떨어진 상태라고 지적했다.

월가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 가운데 한명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 역시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은 바닥을 찍었다고 본다"며 "주택임대 가격, 공급과 수요 등을 고려하면 주택시장은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및 중앙은행의 주택시장 부양을 위한 노력이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시장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올 상반기 중 모기지채권을 매입하는 3차 양적완화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는 모기지금리를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함으로써 주택수요를 늘리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다. 은행에 압류된 160만가구가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았다는 점은 가장 큰 시장압박 요인이다. 이 물건들이 소화되기까지는 주택 가격의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대표적 주택가격지수로 2개월간의 시차를 두고 발표되는 케이스-실러주택가격지수는 지난해 10월 전년 대비 3.4% 하락했고 조사 대상 20개 도시 가운데 19개 지역에서 가격이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티머시 슬론 웰스파고은행 CFO는 "은행 압류주택 등이 여전히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며 "1년 전에 비해 상황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시장이 바닥을 쳤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주택수요와 직결되는 실업 문제와 관련해 실업률이 8.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고 유럽 문제 등으로 미국의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있다는 점 등이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이다. 연초 로이터통신이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5%가 올해도 미국의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학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