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5·24 조치 해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한중 정상회담 후 남북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미국에서도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효성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 달 뒤 인천아시안 게임에는 북한팀과 응원단이 내려올 예정이라 화해 분위기도 더 무르익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남북 관계 개선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5·24 조치 해제'에 대한 찬반논란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5·24조치란 지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 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로 발표한 일종의 남북 관계 단절선언으로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불허, 남북교역 중단, 방북 불허, 대북 신규투자 불허, 대북 지원사업 원천 보류 등을 담고 있습니다. 5·24 조치 해제에 대한 찬반주장을 게재합니다.

● 찬성-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천안함 감정적 대응일 뿐 실효성 없어 단계적으로 풀어 관계개선 실마리로


5·24 조치는 천안함 침몰의 조사 결과가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남으로써 취해진 남북 관계 제한조치라 할 수 있다. 당초 취지는 북한이 천안함 사건을 일으킨 데 대한 페널티(penalty)로써, 그리고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이끌어내기 위한 레버리지(leverage)로써 작용했다. 이명박 정부는 5·24 조치로 인해 북한이 입는 손실이 연간 3억달러 이상이라고 하면서 5·24 조치가 실효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3년 국회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는 경협·교역 중단으로 남한이 북한보다 4배 많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제적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도 북한은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5·24 조치 철회를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등 별다른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후 5·24 조치는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 3차 핵실험을 거치면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 개발에 대한 양자차원, 즉 남북 관계 차원의 제재로 탈바꿈됐다. 북한의 핵실험, 장거리 로켓발사에 따른 유엔 안보리 등 국제적 차원의 제재와 보조를 맞춘다는 의미가 부가됐지만 여기에는 첫 번째 한계가 있다.

북한이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신들의 소행을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현재 거의 희박하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융통성 있게 가져가는 문제에 있어 5·24 조치가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드레스덴 선언이 인도적 문제, 국제사회와의 협력, 사회문화 교류 등에만 치중돼 있는 이유도 5·24 조치에서 규정하는 경협 및 투자제한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한계는 5·24 조치로 인해 북한이 실질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받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된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 경제제재 조치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최근 비판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남북교역액은 그나마 개성공단 유지로 인해 10억∼15억달러 사이를 유지했으나 북중교역액은 2010년 35억달러 내외에서 2013년 65억달러를 상회하는 등 두 배 규모로 증가했다. 북한 전체 무역(남북교역 제외)에서 차지하는 대중무역 규모는 2013년 현재 90%에 육박한다. 이는 4년이 넘도록 5·24 조치가 천안함 사건, 북핵 문제에 대한 정치적·감정적 대응일지언정 실질적인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5·24 조치 해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데 이를 무작정 해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5·24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문제를 남북 관계 개선의 실마리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난 2월 남북은 어렵게 고위급회담을 개최했다. 이미 마련된 이러한 고위급 협상 채널을 다시 개최해 5·24 조치 문제를 협상의제로 할 필요가 있다. 5·24 조치를 단계적으로 해제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드레스덴 구상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5·24 조치를 그대로 두고 남북 관계 개선을 이야기한다면 아무런 태도변화가 없는 북한에 대한 공허한 메아리가 될 뿐이며 박근혜 정부도 남북 관계를 개선하는 돌파구를 마련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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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원칙 없이 풀면 '도발-보상 악순환'… 대북 인도적 사업 우선 부분 완화를


경색된 남북 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입각해 드레스덴 구상을 실천하기 위해 5·24 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전면 해제는 불가하고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문제는 신축적으로, 그러나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5·24 조치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북 응징 차원에서 발동한 제재 조치로서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약속이 없는 한 해제할 수 없다. 5·24 조치의 원인 해소가 이뤄지고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명백한 판단 없이 상충하는 목표를 위해 원칙 없이 일방적으로 5·24 조치를 해제할 경우 또다시 북한의 "도발-대화-보상-도발"의 전략 구도에 말려드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될 뿐이다.

5·24 조치가 대북 압박 효과가 적고 우리 경제에만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5·24 조치를 통해 북한에 가해진 경제적 압박의 부가가치적 효과는 표면상 드러난 수치와 다를 수밖에 없다. 남한의 대규모 지원과 우호적인 교류협력이 배제된 북한 경제는 특정 분야에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시장 의존적 구조로의 변화가 가속화되는데 기여한 측면을 간과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대중국무역의존도가 90%에 달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북한 경제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당·군체제 밖에서 수요공급체계의 작동과 운영이라는 새로운 질서의 흐름이 가속화되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 북한의 대중경제의존도 심화는 부정적인 측면과 함께 중국이 추진해온 개혁·개방의 흐름이 북한에 확산됨으로써 북한 경제가 시장에 의해 주도되고 시장의 확산은 결국 주민들 간 이동과 정보 교환으로 이어짐으로써 북한 상층부의 견고함과 체제 통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의존하는 대다수 인민들의 각성과 삶의 형태가 빠른 속도로 변화함에 따라 북한체제의 밑으로부터 변화에 대한 기폭제가 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5·24 조치의 또 다른 긍정적·전략적 성과는 북한 당국으로 직접 환수되는 외화 및 인도지원 물품이 철저히 제약됨으로써 북한 당국의 정책 변화를 강제적으로 촉구하는 압박 요인으로도 작용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파행을 겪은 개성공단 정상화 과정과 각종 남북현안 논의 과정에서 드러난 북한 당국의 태도 변화 역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드레스덴 구상의 실천과 관련해 유라시아프로젝트와 같이 제3국과의 컨소시엄을 통해, 그리고 국제기구의 대북인도적 지원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남북 관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다.

민족 동질성 회복을 비롯해 광의의 인도적 지원사업은 5·24 조치에서도 예외로 인정되는 만큼 본격적인 남북교류협력에 앞서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그 성과를 토대로 5·24 조치의 부분적 완화 문제를 검토하는 것이 전략적이고 순리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튼튼한 안보를 강조하면서 제2의 천안함, 연평도 사태는 절대로 용인할 수 없으며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천명한 만큼 이에 합당한 억지력을 구축해나가는 것과 병행해 5·24 조치의 재검토 여부는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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