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지식재산이 중요하다면


나라를 이끌려는 사람에게 ‘경제가 잘 되려면 과학기술이 중요한가’라고 물으면 누구나 그렇다고 한다. ‘지식재산이 중요한가’라는 물음에 아니라고 답할 사람도 없다.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면 이 분야로 우수 인재가 자연스레 들어오게 해야 한다. 문제는 이공계 적성을 가진 학생이 의학계나 법조계를 넘본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인의 사회 위상 때문이다. 과학기술인의 사회 위상을 높이지 않고 우수한 사람이 오기를 기대할 수 없다.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기본 방향으로 잡았다. 창조경제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창조) 기존 기술과 새로운 기술을 융복합하고(응용) 융복합 기술을 사업화(실천)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경제라고 설명한다. 새로운 기술 만들기는 과학기술과 지식재산 분야가 맡는다.

다시 묻는다. 지식재산이 중요한가. 중요하다면 근본 문제를 풀어야 한다.


지식재산권에는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이 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는 이 둘을 모두 관장한다. 반면 우리는 산업재산권은 특허청이, 저작권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맡아 지식재산정책이 이원화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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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선 때 이들을 한곳에 모아 지식재산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시하기도 했지만 후보자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올해 정부조직법을 둘러싸고 부딪칠 때에도 한곳에 모아야 한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를 내세운 것을 생각하면 의외였다.

변리사는 산업재산권(특허ㆍ상표ㆍ디자인) 전문가이다. 또한 변리사시험 선택과목에 저작권법이 들어 있고 지식재산권이란 틀 안에서 일하기 때문에 변리사에게 저작권은 친숙하다.

그런데 우리 변리사제도에 큰 구멍이 두 개 뚫려 있다. 하나, 서로 시험과목이 다른데도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변리사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제도가 있다. 그러다 보니 등록 변리사 중 자동자격자가 반을 넘는다. 주객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둘, 변리사법에 ‘변리사는 특허에 관한 사항에 대해 법원에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이를 특허법원에서만 소송대리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변리사는 거의 이공계 전공자이고 실제 이공계 전공자가 아니면 업무를 하기 어렵다. 지식재산이 중요하다면서 정부조직을 짤 때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이를 담당하는 변리사 제도를 이렇게 내버려두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창조경제를 만드는 첫걸음은 걸림돌을 찾아 치우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창조경제의 효과가 나오려면 5년 아니 훨씬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대한민국의 앞날에 디딤돌을 놓겠다는 자세로 바탕을 다져야 한다. 단순히 직역 다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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