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두 얼굴의 日원전정책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태가 발생한 지 두 달 만인 지난 10일 원전 정책의 전면 수정 방침을 발표했다. 올해 여름까지 원자로 54기의 80%에 이르는 42기를 가동 중단시키고 원자력 대신 재생에너지를 일본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근간으로 삼겠다는 것이 요지다. 그런데 바로 하루 전인 9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는 간 총리 발표와 정반대 소식이 실렸다. 미국과 일본이 지난해 9월부터 극비리로 몽골에 핵폐기물 처리시설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몽골에 원자력 기술을 제공해주는 조건으로 자국에서 반대 여론이 높은 핵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려는 것이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도 올해 1월부터 동일한 방안에 대해 교섭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일본 정부는 국내와 해외에서 완전히 상반되는 원전 정책을 펴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어떻게 동시에 정반대의 원전 정책이 가능할까. 바로 일본 정부가 걱정하는 안전이 '자국의 안전'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앞으로 또다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도쿄에 큰 피해를 줄 것을 우려해 추부전력에 하마오카 원전 폐쇄를 요구했다. 하지만 원전 사태 이후 몽골의 핵폐기물 처리시설 등 해외 원전시설에 대해 일본 정부가 입을 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번 원전정책 재검토 발표 내용 역시 국내에서 추진되는 원전에 국한된 얘기였다. 하지만 원전 사고로 인한 피해는 국지적인 것이 아니라 글로벌한 것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에는 방사성 물질이 대기로 방출돼 유럽 전역이 공포에 떨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의 방사성 물질 확산은 한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ㆍ미국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단지 다른 국가에게 원전 사고의 위험을 이전시키는 것이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9일 UAE 아부다비에서 열린 회의에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오는 2050년경에 친환경 신재생에너지가 세계 에너지 수요의 80%를 충당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원전만이 해결책'이라는 발상을 넘어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대표적인 원전 시행국이던 일본의 에너지정책 변화가 '반쪽짜리'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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