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은행(IB) 업계의 명가인 우리투자증권이 중화권 IB 사업을 강화한다. 최근 중국이 적극적으로 자본시장 개방에 나서고 있고 중국 현지 기업들 역시 해외 증시 상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관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원규(53·사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24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지난주 중화권 IB 사업을 검토하고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베이징 현지법인을 방문했다"며 "본사 IB와 홍콩·베이징·상하이를 연계한 크로스보더(Cross-Border·지역적 협력) 영업을 확대해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중화권 IB 시장 강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비즈니스 3단계 육성 로드맵'을 세우고 아시아 기반의 IB 강자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오는 2015년 상반기까지 중화권 기업들의 한국 시장 기업공개(IPO) 추진과 함께 적격외국인기관투자(QFII)를 활용한 신규 상품 개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2단계로 2017년 상반기까지는 현지 기업 자금 조달 업무 진행 및 사모펀드(Private Equity)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 단계로는 2018년까지 대규모 출자를 통한 중국 개방개혁에 대응하고 현지 로컬 증권업에 진출하기 위해 합자증권사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우리투자증권은 중국 기업들의 한국 증시 진출에 대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현지 대기업군에 속한 기업들의 한국 시장 상장 의사를 타진하고 돌아왔다. 특히 이들 기업 가운데는 중국 국영기업도 포함돼 있으며 국내 시장 상장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현재 중국 내에서 상장하려는 기업이 700~800곳에 이르지만 현지 시장에서 모두 상장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중국 방문을 통해 현지 기업들과 한국 주식시장 상장에 대한 일부 결과물을 얻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투자증권은 지금까지 수많은 IPO를 성공적으로 진행해왔으며 선진화된 기업금융 솔루션과 중국 리서치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 IPO 영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다"며 "이러한 결과물이 서서히 가시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투자증권은 중국 기업에 대한 자금 조달 주선 등 자문 업무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특히 중국 본토와 홍콩, 국내 본사를 거점으로 한 삼각 크로스보더를 통한 사업 역량을 강화할 방침이다. 김 사장은 "크로스보더 영업 강화를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에서는 딜소싱(Deal Sourcing·투자 검토), 홍콩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투자자 확보, 본사는 상품 구조화 및 실행에 주력해 각 거점의 유기적인 연계를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우리투자증권은 중국 내에서 신규 상품 공급자로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QFII를 활용한 직접(PI) 투자 및 상품 개발, 위안화해외적격기관투자자(RQFII)를 활용한 구조화 상품 출시 등 대중국 IB 비즈니스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중국은 한국의 본사와 홍콩·상하이 등 중화권 거점을 연계하는 크로스보더 거래를 수행하는 핵심 지역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이를 기반으로 우리투자증권은 베이징 투자자문사를 중국과 연계되는 모든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는 최고의 비즈니스 센터로 육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투자증권은 중국 이외에도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현지 기업들과의 각종 IB 사업도 진행 중이다.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 등 신흥 이머징마켓은 성장 속도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자본시장의 짜임새가 갖춰지고 있다"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투자증권 역시 이들 지역에서의 사업 강화를 위한 투자 및 신규 비즈니스 개발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