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도방지협약 존폐기로에

◎제2금융권 무차별 여신회수… 자금악화 부채질/졸속도입 불구 협약 폐기땐 무더기 부도 불보듯/금통위선 “행정편의적 발상” 비난부도방지협약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부도방지협약이 금융질서를 무너뜨리고 오히려 부도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중앙은행의 최고의결기구인 금융통화운영위원회도 22일 부도방지협약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22일 정기간담회에서 『부도방지협약이 오히려 기업의 부도를 촉발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며 협약이 안고 있는 부작용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심화되는 경기침체와 연이은 대형부도로 기업들의 부도 도미노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도입된 부도방지협약이 오히려 기업들의 부도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일부 금통위원들은 『부도방지협약이 시장메커니즘을 무시하고 기업이 죽고사는 것에 대해 결국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다급하니까 편하게 해결하고 보자는 식의 행정편의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대부분의 금통위원들은 그러나 부도방지협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많이 개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도방지협약의 도입과정이 졸속이었다는 측면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협약을 폐기할 경우 대기업, 중소기업 할 것 없이 무더기로 쓰러질 게 뻔한데 그같은 상황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는 것이다. 한보와 삼미부도 이후 금융기관들의 몸사리기가 극에 달하면서 수십개 업체의 부실징후기업 리스트가 나돌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이들 기업으로부터 4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회수, 연쇄부도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이를 막을 장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도방지협약은 시행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금융기관들 특히 제2금융권은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에 대해 부도방지대상기업으로 선정되기 전에 서둘러 여신을 회수, 이들 기업의 자금악화를 부채질하는 역효과를 낳았다. 협약가입대상에서 제외되는 할부금융, 파이낸스사 등은 무차별적으로 여신회수에 나섰고 일부 종금사들도 알게 모르게 자금회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부도를 막기 위한 부도방지협약이 오히려 기업들의 자금악화를 조장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부도방지대상기업 1호인 진로에 이어 대농그룹이 두번째 대상기업으로 선정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제3,제4의 대상기업이 오르내리고 있다. 또 추가자금 지원문제를 둘러싼 금융기관간 형평성 시비, 그리고 부도방지협약의 정상화 대상기업선정에서의 형평성 문제 등도 지적되고 있다. 이처럼 부도방지협약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일각에서는 협약 외에 무슨 마땅한 대안이 있느냐는 현실론을 지적하고 있다. 부도방지협약이 현실적으로 부작용을 양산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협약을 폐기한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는 것이다. 현 상태에서 협약을 백지화할 경우 오히려 무더기 부도가 발생, 그야말로 극심한 경제공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협약 자체의 존폐를 논의하기 보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도입취지를 살리는 방향에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책당국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부도방지협약의 존폐문제와 관련해 재경원은 당분간 존속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급작스럽게 이루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입장』이라며 『부도방지협약을 제정한 것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협약제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만일 부도방지협약이 없을 경우 대기업들이 무더기로 쓰러질 것이고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붕괴위기에 처하게 된다』며 『연쇄부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협약을 폐기하기 보다는 운용의 묘를 살려야 한다』고 말해 부도방지협약을 당분간 끌고 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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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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