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NLL과 서해평화지대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등에 업고 2차 정상회담 대화록 내용을 공개하면서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가 대선 국면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정 의원의 주장은 지난 2007년 10월3일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며 구두약속을 해줬다"는 것이다. 이를 계기로 새누리당은 영토주권을 포기한 주장이라며 당시 정상회담준비위원장이었던 문재인 후보의 공동책임론을 거론하며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07년 당시에도 '뜨거운 감자'


정 의원이 봤다는 문서는 진위를 확인할 수 없고 주장 내용도 대부분 사실과 거리가 멀다. 진본을 봤다면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에 봤을 것인데 이는 법률위반이다. 누군가 제공한 대선용 허위문서를 보고 이를 공표했다면 허위사실 공표 또는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것이다. 따라서 문제를 제기한 쪽이 봤다는 문건의 정확한 출처를 밝혀야 한다.

정 의원이 회담록 진본을 봤건 허위문서를 봤건 모두 문제가 될 수 있다. 진본을 보고 공표했다면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책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국가기강을 문란하게 한 정 의원은 국정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 정상 간에 배석자 없이 진행한 단독회담 자체가 없었다는 점에서 정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밝힌 내용의 일부는 허구였음이 이미 밝혀졌다.

NLL은 주한 유엔군 사령관이던 마크 클라크가 정전협정 직후 북한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해 북한 측에 공식 통보한 한계선이다. 이후 남측은 NLL 이남 해상을 실효적으로 관할했기 때문에 실질적 해상경계선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반면 북한은 NLL을 '불법ㆍ비법의 선' '유령선'이라고 반발했다. 그래서 남과 북은 남북기본합의서에서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고 합의했던 것이다.


2차 남북 정상회담 추진 당시에도 NLL은 근본 문제 중의 근본 문제로 '뜨거운 감자'였다. 한나라당 등 남측의 보수세력은 NLL을 영토주권 문제로 접근해 의제상정 자체를 반대했다. 북측은 NLL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남북경협 관련 군사적 보장조치, 평화체제 구축 등에서 진전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남측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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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남측 정부는 정상회담에서 NLL 문제를 의제로 다루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NLL 문제, 공동어로수역, 한강하구 공동 개발, 해주직항로 및 개방 등을 묶어 서해 남북공동 평화수역을 선포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는 데 합의했다.

분쟁해소ㆍ경협확대 취지 살려야

당시 남측은 NLL 문제로 내부 갈등이 있었고 북측은 군사적으로 민감한 해주를 개방하는 데 대한 군부의 반발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에 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은 남북이 갈등하는 동안 중국 어선이 NLL 지역에 들어와 수산자원을 남획하는 것을 막고 남북 경제협력을 확대할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서해평화협력지대의 본질은 NLL 포기가 아니라 분쟁해소와 경협확대,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는 것이다. 10ㆍ4선언의 서해평화협력지대가 설정됐다고 한다면 천안함ㆍ연평도사태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대선 레이스가 한창 진행 중인 지금에 와서 NLL 문제를 전가의 보도처럼 다시 들고 나온 것은 저의가 의심될 수밖에 없다. '북풍'은 반드시 일정한 방향으로 불지 않는다. 진실이 밝혀지면 역풍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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