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땀흘려 벌기」를 가르치자/임종건 부국장겸 사회부장(데스크칼럼)

요즘 대학생들은 5년제 대학을 다닌다고 한다. 재학중 1년정도 학교를 쉬고 해외유학이나 연수를 다녀오는게 유행이라는 얘기다. 대학을 4년만에 마치는 학생은 집에서 연수를 보낼 능력이 없거나 재학중 장학생으로 선발돼 유학을 갔다오는 경우라고 한다.중·고등학교때 이미 해외유학을 떠나는 학생들도 부지기수다. 대학재학생이든 초중고생이든 자녀를 해외유학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불안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흔히 어머니들이 자녀 뒷바라지를 위해 같이 떠난다. 「나홀로 아버지」는 그래서 생겨난다. 해외유학은 선·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서구국가는 물론 동남아, 중국, 러시아 등에도 한국의 유학생들로 넘쳐나고 있다고 한다. ○「돈잔치」 해외연수­유학 재미동포 사회에서 가장 유망한 직업으로 한국고교생들을 상대로한 하숙업이 꼽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국학생 3∼4명을 하숙시키면 연봉 3만∼4만달러 소득은 간단하고, 운좋게 하숙생중 하나라도 하버드대학에 진학이라도하면 성가가 올라 보너스도 짭짤하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에 오게되면 서로 모셔가려는 학부모들로부터 칙사대접도 받는다는 것이다. 해외유학은 가능한한 권장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는 견문을 넓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입시위주의 학교교육으로 인한 인성파괴 현상이 교육현장 도처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보다 열린교육의 기회를 찾아보겠다는 유학생 행렬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인사들중 50∼70년대에 선진국에서 유학을 한 사람들이 많다. 당시 한국유학생하면 으레 동의어처럼 떠오르는 단어가 「접시닦기」다. 세계 최빈국중 하나인 한국 젊은이들에게 유학은 하늘의 별따기였을 뿐 아니라 거의 학비와 생활비를 제힘으로 벌어야했다. 그들의 유학생활은 공부보다 돈을 버는 일로부터 시작했다. 돈을 버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그 사회를 바닥에서부터 배울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들이 지금 우리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비록 곤궁했지만 치열했던 유학생활의 체험이 그들 능력의 바탕이 되고 있기 때문일 터다. ○근검 몸에 밴 선진국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접시닦기가 뭔지를 아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요즘의 유학생들은 돈을 벌기보다는 쓰는 것부터 배우고 있다.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들먹이는 사람도 있다. 국내에서 과외비로 나가는 돈보다 오히려 싸게 먹힌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다 그럴듯한 말이다. 실제 호주를 제외하곤 서방국가 중에서 우리의 젊은이에게 유학과 취업을 동시에 보장하는 나라는 아직 없다. 유학비자로 와 취직을 하는 경우를 불법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그 사회를 배우기 위한 아르바이트 정도는 눈감아주는게 관행이다. 지금 서울거리를 활보하는 많은 외국인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에 우리가 관대한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에 와 있는 선진국 젊은이들은 너나없이 돈벌이에 열중인데 우리 젊은이들은 외국에 나가 돈을 쓰기에 바쁘다면 뭔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됐다. 그들이 우리보다 3∼4배나 소득이 많은 나라의 젊은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려워진 이유를 다른데서 찾으려고 할 것도 없다. 외국의 경우 젊은이들이 부모로부터 돈을 타서 해외연수를 가는 예는 애초에 없다. 해외유학도 장학금이 보장되는 경우가 아니면 여간해서 갈 수가 없다. 하물며 놀러가는 일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의 젊은이들중 배낭여행을 가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들도 없지않다곤 하나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부모로부터 돈을 받아서 여행을 떠난다. 유학이나 연수비용은 여행경비에 비할 바 아니다. 미국정부가 유학생에게 입학을 허용하는 학교는 비싼 학비를 내야하는 사립학교 뿐이다. 학비가 무료인 공립학교는 입학이 허용되지 않는다. 대학연수든 중고교 유학이든 한달평균 3백만∼4백만원에서 많게는 1천만원까지 든다고 한다. 부모까지 같이 갈 경우 경비는 2중, 3중으로 불어날 것이다. ○경제난 극복 가정부터 지금 국가 경제의 곤경에 대해 2세경영인들의 경영능력을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2세경영인들은 대개 돈을 벌기보다 쓰기부터 배운 사람들이다. 창업 1세들이 겪었던 돈벌이의 어려움이나 좌절의 쓰라림같은 것은 그들의 경험밖이다. 그들은 무모함이 박력으로 미화되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돈 무서운 것과 세상 무서운 것을 모르는 무모함에서 비롯된 독단과 독선이 기업의 파탄을 불러왔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지닌다. 아직 형편이 괜찮다는 기업의 2세경영자들이 마음에 새겨야할 대목이다. 어버이들은 모름지기 자녀에게 돈버는 길을 가르쳐야 한다. 그것도 쉽게 버는 것이 아니라 땀흘려 버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젊은이들에게 돈 쓰는 것부터 맛을 들이게 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나라를 파탄시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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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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