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기업들의 신마케팅 기법 도입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단순히 판매확대만을 지향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마케팅 전략을 통해 고객을 잡겠다는 것. 기나긴 IMF 불황터널을 지나온 국내 시장의 새로운 경쟁모습이다.「데이터베이스(D/B) 마케팅」, 「타겟마케팅」, 「코마케팅」「디마케팅」 「스타마케팅」 「원투원 마케팅」등 듣기에도 생소한 이름들이 최근 새로이 도입되고 있는 새로운 마케팅 기법들이다.
이같은 신기법들은 자동차·가전제품·음식료·화장품 등 최근 판매전이 가열되고 있는 소비재 업계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이들 업계는 불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판매전략에서 벗어나 시장별, 고객별로 차별화해 과학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의 이같은 신기법 도입붐은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 이은 최근의 급속한 경기회복 등으로 시장환경이 과거와는 전혀 색다르게 전개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산업역사가 40년을 넘기면서 그동안 축적된 노하우를 이제 판매단계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수입선다변화 해제를 계기로 선진 마케팅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기업들이 대거 몰려올 것으로 예상돼 이에대한 대비책으로 체계적인 고객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D/B(데이터배이스)마케팅=주요고객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이를토대로 차별적인 마케팅을 실시하는 기법.
최근에는 기업이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를 공통의 형식으로 변환해 세밀한 마케팅정보를 획득하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방대한 데이터에서 일정한 규칙성을 발견,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데이터마이닝」 등의 기법이 새로 개발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통신 하이텔의 자동차동우회를 활용, 성공을 거두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판매전략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자동차는 동우회 회원사에 상품정보를 제공하거나 「베르나」 등의 신차발표회 초대 등을 통해 판매를 늘리는데 성공했다.
또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가전업계는 대리점이나 판매사원을 통해 접촉한 고객에 대한 데이터배이스를 구축, 생일·기념일 등에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고 결혼적령기의 자녀가 있는 고객에게는 혼수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타겟마케팅=이미 보편화된 마케팅 기법이지만 수입선다변화 조치해제 이후 밀려들어올 외국 브랜드에 대응해 최근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고객층을 세분화해 특정 고객(타겟)별로 적합한 마케팅전략을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기법이다.
삼성전자의 프로젝션TV 「파브」, 「지펠」냉장고, 현대자동차의 EF소나타, XG그랜저 등이 대표적인 제품. 이들 제품은 외국제품에 대한 구매력이 높은 고소득층 고객을 겨냥한 것으로 삼성전자의 경우 파브TV를 구매한 고객에 대해서는 대리점 대신 본사가 직접 설치해주고 수리도 별도의 전담 서비스맨을 두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디마케팅」(DEMARKETING)=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기법은 돈 안 되는 고객과 거래를 끊어버리거나 수익성이 낮은 업무영역에서 과감하게 철수하는 전략이다. IMF한파가 한창일 때 일부 국내카드사들이 상습연체자들과 거래를 끊으려고 현금서비스 한도를 0원으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량고객에게 현격히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차등금리제도 이 기법의 하나다. 카드사인 대우다이너스는 종전에는 연리 28% 안팎의 금리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현금서비스수수료를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10%에서 29%까지 차등화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하나·신한은행 등은 자동이체 실적이 많은 고객에게 예금금리를 올려주고 대출금리를 내려주는 상품을 개발중이다.
스타마케팅=10~20대의 젊은 층을 대상으로하는 패션의류·음식료·화장품 등의 업계에서는 「스타마케팅」이 「뜨고」 있다. 스타를 동경하는 현대인의 소비심리를 이용해 스타의 이름을 브랜드로 사용하거나 스타캐릭터 등을 활용해 폭발적인 판매증대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LG생활건강의 10대 음료 「틱톡 H.O.T」, 삼립의 「국진이빵」등이 있다.
LG화학과 한불화장품은 신세대 댄스그룹 H.O.T와 브랜드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하고 첫 상품으로 저탄산음료 「H.O.T」와 10대 전용향수인「H.O.T위드퍼퓸」을 각각 내놓았다
이에 앞서 삼립식품은 개그맨 김국진씨의 이름을 딴 「국찐이빵」을 내놓았고 샤니는 최근 박찬호선수를 캐릭터로 한 「찬호빵」이라는 브랜드로 「다저스 도넛」 등 6종의 신제품을 판매중이다. 이들 제품은 판매 첫 날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기타=이들 외에도 2개 이상의 업체들이 공동의 판매전략을 펼치는 「코마케팅」, 영화 「쉬리」의 흥행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끼워넣기 마케팅(PPL), 화장품 업계의「원투원 마케팅」등 다양한 기법이 선보이고 있다.
끼워넣기 마케팅은 영화나 인기 TV프로그램의 제작과정에 자사의 제품, 또는 장소를 빌려줌으로써 간접적인 홍보효과를 높이는 기법. 영화 「쉬리」에 강남 주유소를 촬영장소로 제공해 판매와 홍보에서 톡톡한 재미를 본 LG정유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IMF라는 특수한 환경을 거치면서 신 마케팅기법이 대거 도입되고 있다』고 분석하고 『선진국의 기법을 그대로 도입했던 과거와 달리 국내시장이나 기업환경에 맞는 한국형 마케팅기법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민병호기자BHMIN@SED.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