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 기억의 원천을 탐구한 박유미의 설치작품 '메타포릭 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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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풍요로웠건 괴로웠건 간에 아련한 그리움을 전한다. 최근 화제인 '세시봉' 열풍이나 복고주의 패션 스타일을 뜻하는 레트로(retro) 등은 오늘날의 과거 지향성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현대미술에서 과거는 어떻게 드러날까?
미술이론가 3명이 각각 2명의 작가를 선정해 레트로의 어원인 '레트로스펙티브(retrospectiveㆍ돌아보다)'를 제목으로 현대미술에 반영된 과거적인 표현을 추적했다.
류동현 씨가 기획한 5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영국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빈티지 프린트로 구성된 콜라주 작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19세기풍 장식적인 그림은 해체돼 예쁘지만 기묘한 이미지로 다시 태어났다. 영국 유학파 박지혜 작가의 작품이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 프랑소와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 등 유명 소설부터 전래동화 '심청전' 등에서 제목을 차용한 작품들은 소설의 추상적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그 옆 이석준의 작품 '천사의 십계 스타디움'은 모세가 십계를 받아 보관한 성궤와 축구 이미지를 뒤섞었다. 축구에 심취한 사람들이 모여 '응원'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제의(祭儀)'를 벌인다는 점에서 종교와 축구의 닮은꼴을 찾아낸 것. 작가들은 이처럼 익숙한 과거의 요소를 차용해 풍자적으로 비틀면서 낯설지만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4층은 미술평론가 류한승 씨가 택한 작가 박재영과 윤소담, 3층은 큐레이터 신승오씨와 장보윤, 박유미 작가가 함께 채웠다. 차용과 모방, 역사의 재해석 등 과거에 대한 반추는 법고창신(法古創新)과 온고지신(溫故知新) 이상의 깨우침을 전한다. 전시는 인사동 덕원갤러리에서 27일까지. (02)723-77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