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9일로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가 시작 전부터 삐걱대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 주요 안건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은행동맹 및 단일 은행감독 시스템 구축에 대해 EU 경제대국인 독일이 어깃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유럽중앙은행(ECB)에 유로존 은행감독권을 부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EU 측 법률자문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정상회의가 성과 없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번 EU 정상회의에서 단일 은행감독 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독일 정부 고위관료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관료는 "범유럽 은행감독기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법적ㆍ기술적ㆍ정치적 사안들이 더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동맹은 EU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재정동맹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로 이를 위해서는 단일 은행감독 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 이 때문에 앞서 EU 정상들은 내년 1월부터 ECB에 단일화된 은행감독권을 주기로 했으며 지난달 EU 집행위원회도 ECB에 유로존 은행 감독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은행감독기구를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밝힌 독일의 입장은 은행동맹에 대한 결정을 미루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해 보도한 EU의회 측 고위 법률자문의 보고서 역시 독일이 은행동맹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서는 "현행 EU 조약상 ECB에 은행감독권을 부여하는 것은 법률로 정해진 ECB 권한 밖의 일로 EU 조약을 개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상회의 테이블에 올라갈 ▦유로존 별도예산 편성 ▦유로존 개별국 예산에 대한 EU의 감시 강화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 등의 안건에 대해서도 독일과 프랑스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FT는 이에 따라 이번 정상회의는 주요 안건을 처음 논의하는 자리일 뿐 최종 결정은 오는 12월13~14일로 예정된 차기 정상회의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구제금융 신청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이번 정상회의 때 스페인 지원 문제가 논의될지도 관심거리다. 로이터통신은 예정됐던 안건들이 뒤로 밀리고 스페인이 최대 화두가 될 것이라고 17일 보도했지만 올리비에 베일리 EU 집행위 대변인은 "그리스나 스페인은 정상회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