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50돌 기념작 … 시리즈 역사·전통 더듬다

[프리뷰] 영화‘007 스카이폴’

‘007 스카이폴’은 007시리즈의 50주년 기념작이자 역대 23번째 작품. 이번 영화의 핵심은 ‘Back to the classic’이다. 반 세기를 이어온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하고, 거기에 현대적인 감각을 가미해 한 단계 진화를 꿈꿔간다.‘007 골드핑거’(1964)에 처음 등장한 본드 카‘애스턴 마틴 DB5’가 다시금 등장해 골수 팬의 진한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영화는 50년을 이어온 명맥을 자랑하며 초반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붕 위를 가르는 오토바이 추격신과 뒤 따르는 기차 위 격투신은 순식간에 관객의 혼을 빼 놓기에 충분하다. 이어 영국의 최고 인기 가수 아델이 부른 주제곡‘스카이폴’과 한 데 어우러진 오프닝 크레디트는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과거 MI6 요원이었던 실바(하비에르 바르뎀)가 악당으로 변신해 MI6 파괴를 계획하고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가 이를 막는다는 내용이다. 단순한 큰 틀이지만 여기에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해 23번 째 007 시리즈는 한층 더 힘을 갖는다. 제임스 본드는 이제 더 이상 날렵하고 완벽한 요원이 아니다. 현장 투입의 절대 조건인 체력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그의 몸은 지치고 노쇠했다. 여자 동료 이브(나오미 해리스)는 본드를‘old dog’(늙은 개)라 말하며 퇴물로 여긴다. 그러나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 007의 제임스 본드. MI6를 이끌고 있는 수장 M(주디 덴치)에 대해 애정과 미움이 뒤섞여 있지만 이내 믿음직한 요원으로 함께 한다. 영화는 이처럼 본드의 내면의 갈등과 복잡한 심경을 담아냄과 동시에 조직을 이끌면서 인간적인 죄를 지을 수 밖에 없었던 수장 M의 번민까지도 녹여낸다. 이제까지의 007 시리즈에 비해 MI6 국장‘M’과‘본드’의 관계가 한 층 드라마틱하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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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은‘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샘 멘데스 감독이 맡았다. 그간 액션물을 연출해 보지 않았던 감독이 007을 잘 요리할 수 있을지 안팎으로 우려가 있었던 것도 사실. 그러나 감독은 이 같은 걱정을 단숨에 없애버린다.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갖춘 감독이니만큼, 007시리즈의 역사와 전통을 자유자재로 더듬으며 낡아빠진 시리즈가 왜 앞으로도 지속돼야 하는지 존재이유를 다시금 확인시켜준다.

‘007 어나더데이’이후 10년 만에 다시 등장한‘Q’는 눈길을 끄는 대목. 지금까지 제임스 본드에게 무기를 제공했던 조력자 Q는 본드보다 나이가 많고 고지식한 타입의 인물로 그려져 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벤 위쇼가 최연소 Q 역을 맡아 다니엘 크레이그와 신구 조화를 이뤄간다. 007과 떼어놓을 수 없는 본드 걸(베레니스 말로)의 활약은 전작들에 비해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극 중 악당 실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세버린이 본드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수동적인 역할에 머무를 뿐 이렇다 활약을 펼치지는 못한다.

영화의 러닝 타임은 143분. 몰아치는 액션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긴 상영 시간이 버거울 수 있다. 그러나 007은 007이다. 반 세기를 버텨온 007 시리즈가 선사하는 무게와 재미는 쉽게 재단할 수 없다. 또 하나 쉽사리 엉덩이를 떼지 못하는 이유, 극의 막바지 깜짝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26일 개봉. 15세 관람가.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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