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하게 소유하느냐, 풍요롭게 존재하느냐 하는 삶의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 인문학적 훈련입니다. 창의력 강화는 그 다음이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이 에너지다' 등 히트 광고로 주목받는 박웅현(50ㆍ사진) TBWA코리아 ECD(임원급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끝없이 솟아나는 아이디어의 샘은 인문학에 있다. 평소 책을 읽으며 표시해둔 대목을 독서노트에 옮겨온 그의 습관은 인간 중심의 광고 카피로 탄생, 그를 창의적인 인물로 키웠다. 지난 1996년부터 광고계에서 인문학 강의를 해온 박 ECD는 카피 관련 강의 요청이 오면 인문학 강좌로 바꿔버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생명인 카피는 강의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생각에서다. "밑줄 쳐가면서 감동했던 책 내용을 수강생들과 공유하다 보면 어느새 그들의 눈빛이 달라집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스스로 뜰 수 있도록 길을 터줬을 뿐입니다." 최근에는 청년 멘토, 재능기부 등 외부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올 2월부터는 재능기부의 일환으로 경기창조학교에서 5개월간 인문학 강독회를 진행하고 그 내용을 묶어 '책은 도끼다'를 출간했는데 1개월여 만에 1만5,000만부가 나가면서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인문학의 정의는 무엇일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촉수라고 한다면 이를 예민하게 하는 데 필요한 도구가 인문학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인문학을 문사철(문학ㆍ역사ㆍ철학)에 가둬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음악ㆍ미술 등 촉수를 예민하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말합니다." '기업이 너도나도 창의력, 창의력 하는데 인문학으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박 ECD는 "창의력과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지 않은 직업도 많다. 한전의 전력공급소는 상상력과 창의력 대신 원칙과 기준이 중요하다"며 "그러나 직업을 떠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싶다면 인문학적 소양이 절대가치가 될 수 있다. 책을 읽고 그림을 보고 음악을 듣는 등 약간의 수고와 훈련으로 인문학적 감성을 키운다면 밥상 위의 흔한 콩나물 반찬을 씹으면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답했다. 청년들을 위한 멘토 역할에 적극적인 이유에 대해 그는 "앞서 가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다. 과거에는 제조업ㆍ정보통신 등 사회의 중심엔진이 있었는데 격변의 시기인 지금은 청년들이 제도권 내에서 답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한다"며 "거대한 사회의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기 어렵다면 다양한 분출구를 만들어 멘토가 나서서 청년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래서 멘토는 많을수록 좋다"고 했다. 그가 추천하는 책이 인문학의 정수일까. 박 ECD는 손사래를 치며 "강의에서 가장 많은 질문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 '어떤 음악을 들어야 하나' 등 추천목록에 관한 것이다. 사람마다 장단점이 다른데 권장도서 리스트가 답이 될 수 있겠느냐"며 "책ㆍ음악ㆍ그림 등을 좋아하는 친구와 선후배들 등의 추천을 받는 게 좋다"면서 자칫 하찮게 여기기 쉬운 주변의 고수들을 활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자주 만나는 그들과 읽고 들었던 대목 중 좋았던 부분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촉수가 예민해져 사소한 드라마 대사에도 감동을 받고 내리는 비를 보면서 행복에 젖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