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배당 확대 가능성 큰 전자로 투자범위 좁혀야

■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 안한다면…

SDS 지분 매각해도 상속세 내기 힘들어

전자 배당 높이는 식으로 자금마련 할듯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방위적인 경기 부양 카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지수가 되레 하락했다. 특히 그동안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를 이끌었던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삼성그룹주가 동반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서 나온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을 가장 합리적 방안으로 판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최근 상장 계획을 밝힌 삼성SDS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면서 상속세 납부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이 부회장 일가의 부족한 상속세 마련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삼성전자의 배당을 늘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뒤따른다.

◇삼성그룹주 동반 급락…ECB 통화정책 무색=9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7%(5.44포인트) 내린 1,990.04포인트에 거래를 마쳤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ECB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초단기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는 등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으면서 장 초반 코스피지수가 2,007포인트 위로 올라섰지만 장중 재차 2,000포인트 아래로 떨어지더니 결국 전 거래일 지수마저 지키지 못한 것이다. 지수 하락 역시 그동안 단기적으로 크게 올랐던 삼성그룹 핵심계열사가 주도했다. 삼성전자가 3.29%(4만8,000원) 내린 140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고 삼성물산은 7.49% 급락했다. 삼성에버랜드 상장 소식으로 지분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급등했던 KCC 역시 이날 4.24% 밀려났다.


삼성그룹주를 중심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은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제기됐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증권가에서는 삼성그룹 내부에서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방안 중 하나인 지주회사 전환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결론을 냈다는 설이 파다했다.

지주회사 전환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지주회사 체제의 지배구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인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7.21%를 지주회사가 사들여야 하는데 가격을 고려하면 매수 여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지주회사 담당 연구원은 "이날 삼성전자의 주가가 3% 이상 빠졌고 삼성물산이 7% 넘게 급락한 데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러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였던 지주회사 전환이라는 카드가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실망감에 그동안 지주회사 전환에 대한 기대감에 크게 올랐던 계열사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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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주회사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경영권 승계 작업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시장 전문가들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가 3세들이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보유지분을 상속받으면서 현 체제를 유지하는 방안을 꼽는다. 삼성에버랜드에서 삼성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틀이 유지되는 것이다. 김준섭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과 관련해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넘겨받을지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지주사 전환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현행 체제를 유지하면서 상속 방법을 어떻게 가져갈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삼성가 3세들이 삼성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관건으로 3세들이 직접 이 회장 지분을 상속 받거나 이 회장이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에버랜드에 지분을 증여, 혹은 삼성 복지재단 등에 기부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 부회장 다음 세대로의 경영권 승계 등을 고려하면 이 회장 지분을 직접 상속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 상속에 대한 세금만 약 6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선에서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경우 삼성전자로 투자 범위를 좁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전자가 약 50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상속세 마련을 위해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삼성SDS의 경우 이 부회장 측이 지분을 매각해도 그룹 차원의 지배력은 여전히 유지되므로 약 2조원의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상속세의 일부를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관건인데 현실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분 물납 형식의 상속세 납부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배당을 높이는 식으로 이 부회장이 상속 자금 마련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배당 증대에 따른 삼성전자의 투자 매력이 한 층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을 길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걸림돌이 있더라도 결국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방안이 여전히 합리적이라는 얘기다.

은성민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순환출자 구조에서는 낮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 문제가 끊이지 않고 등장하게 된다"면서 "당장 시행하지는 않더라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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