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금융도 공생이다] 코리아 금융시장에 따뜻함이 녹아든다




반(反)금융자본에 대한 시위가 심상치 않다. 'Occupy OOO!'(OOO을 점령하라!)라는 공통의 구호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수롭게 볼 사안은 아니다. 곧 식지 않겠냐는 섣부른 전망이 되려 큰 폭풍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시위는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됐다. 이들 시위의 공통점은 하나다. 멈추지 않는 '금융의 탐욕'에 대한 반감이다. 막대한 부를 챙기는 금융이 공생(共生)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반(反) 월가 시위와 한국의 시위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금융비리와 사고에도 수천 억원의 인센티브 축제를 벌이는 금융사 임직원들에 대한 분노에서 시작됐지만, 여의도에 상륙한 시위는 금융공공성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의 금융계는 한발 빠르게 따뜻한 금융을 주창하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도 마찬가지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간부회의에서 "금융의 바람직한 역할 정립과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금융권에는 '리세스 오블리주'(Richesse Oblige)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리세스 오블리주는 영연방의 유대교 최고지도자 조너선 삭스가 소개한 개념으로 지도층의 의무를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부(富)에도 사회적 책임이 뒤따른다는 내용이다. ◇금융의 공생발전 부상 왜= 공생발전(共生發展)은 이명박 대통령이 올해 8ㆍ15 경축사에서 밝힌 화두(話頭)이기도 하다. 금융회사들이 이전부터 따뜻한 금융의 방안을 찾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인데 그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금융당국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금융권에는 부족한 게 하나 더 있다.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감성을 덧입혀야 한다"면서 "돈 많은 사람들만을 위한 금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간 막대한 규모의 공적자금 등 국민의 부담으로 금융회사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확보ㆍ이익창출 기반이 이뤄진 점을 감안, 이제는 금융권이 공생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이 공생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간 국내 금융산업의 성장배경도 고려됐다. 실제 아시아의 변방국가로서 부침이 심했던 국내 금융산업은 존폐 위험에 부닥쳤을 때, 으레 정부가 직접 혈세를 쏟아 부어 수렁에 빠진 은행들을 구제해 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가 금융기관에 투입한 자금은 168조6,000억원에 이른다. 물론 당시 대표적인 시중은행들이 합병이 되는 방식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현재의 은행들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막대한 혈세의 투입으로 가능했다. 2008년 리먼사태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009년 5월에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해 5조9,805억원을 지원했고 부족한 달러는 한국은행이 우회적인 방식으로 은행에 조달해 줬다. 위기의 순간에 공적자금 등의 투입을 통해 정상화가 이뤄졌고 현재 막대한 이익을 내는 은행의 모습이 나타날 수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국민들은 은행이 막대한 이익을 내거나 배당, 성과급을 지급할 때 민감해 한다. 혈세를 통해 살려 놨더니 이제는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인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을 잘 알고 있는 김 위원장은 금융권의 공생발전과 관련해서 ▦금융회사 경영의 투명성 확보 ▦금융 본역의 역할 수행 ▦사회적 약자와 금융소외자 배려 등 3가지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공생발전에 뛰어든 금융= 시중은행의 한 은행장은 "공생은 금융 역시 좌시할 수 없는 절대명제"라면서 "매년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예산집행이나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한동우 회장이 '따뜻한 금융'을 그룹의 아젠다로 제시하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단순하게 자금지원에 그치지 않고 금융 본연의 활동을 통해 온기가 서민에게까지 퍼질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금융업계 전반도 공생을 위해 활발한 활동은 눈에 띄는 대목들이다. 장학금을 지급하는 교육사업부터 지역사회 공헌활동, 문화ㆍ체육계 지원, 서민금융, 고졸채용 확대 등 지원하고 있는 범위도 매우 넓다. 사회공헌을 위해 내 놓는 돈의 규모도 매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은행권은 2011년도 사회공헌활동 사업에 전년보다 15% 증가한 약 6,800억원을 지출하기로 했다. 사회공헌활동사업 지출액의 증액률을 애초 목표인 전년대비 10%보다 5%포인트나 높였다. 업권별 지출액을 보면 은행권이 5,923억원으로 가장 많고 ▦생명보험업계 888억원 ▦손해보험업계 363억원 ▦여신금융업계 347억원 ▦금융투자업계 332억원 ▦저축은행업계 32억원 등이다. 은행권은 더 나아가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최근 새희망홀씨대출 목표를 1조2,000억원으로 20%나 확대했다. 저축은행 등 서민금융회사 역시 고금리 채무상환용도의 대환대출을 도입하는 등 햇살론 지원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고졸의 채용을 늘리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금융계는 학력 인플레와 고졸인력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3년간 고졸인력 약 8,300명을 채용키로 했다. 총 채용 예정인원 5만1,000명의 16% 수준에 이른다. 고졸채용 확대를 통해 청년실업 문제는 물론 학력과잉의 부작용을 줄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은행권과 보험업계 등 금융업계는 금융실무교육 중심의 전문계 고교 커리큘럼을 개발하고 고졸직원의 야간대학, 사이버대학 진학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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