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한국의 新人脈] 1년여간 발로뛰며 만든 방대한 新인맥지도 "뜨거운 호응"

시리즈를 마치며…<br>미래 이끌 50인에 뽑힌 선정자들 "무거운 책임 느낀다" 속마음 표현<br>"기준이 뭐냐" 불만 등 에피소드도

인맥(人脈)은 사람과 사람을 씨줄과 날줄로 치밀하게 교직(交織)한 형체다. 혈연과 지역은 물론이고 학교ㆍ종교까지, 이 모든 것들이 퍼즐처럼 연결된 사람들의 끈끈한 줄기가 바로 인맥이다. 거대한 인맥의 줄기는 작게는 또래 집단에서, 크게는 나라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으로 작용한다. 더욱이 유교 사회인 한국에서 인맥의 힘은 절대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50주년을 맞아 지난해 8월 시작해 1년의 먼 길을 걸어온 '한국의 신인맥'시리즈는 이런 취지에서 발을 내디뎠다. 지난 1990년 50대 재벌의 창업 과정과 혼맥ㆍ가계를 심층 분석한 '재벌과 가벌'이라는 기획물을 내보낸 후 20여년 만에 시도한 이번 기획물은 서울경제신문 편집국 모든 기자들의 땀이 깃들인 작품이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수천명의 사람들이 기획물에 등장했고 '등장 인물'들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기회로 삼았다. 기획 시리즈는 첫 순서로 내보냈던 '미래를 이끌 50인'에서부터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50인에 선정된 사람들의 나이는 많아야 쉰 줄에 들어섰고 대부분 30~40대였다. 이들은 한국의 미래를 짊어질 집단에 포함됐다는 사실에 기쁨보다 부담감을 먼저 드러냈다. 선정 당시 몽골 중앙은행 총재 자문관으로 파견돼 있던 이병래 현 금융위원회 대변인은 50인 선정 기사가 실린 신문을 서울의 지인으로부터 DHL을 통해 '선물'로 받기도 했다. 이 대변인은 "기라성 같은 인물들과 함께 포함됐다는 것에 솔직히 기쁨보다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의문을 먼저 품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회 각 분야의 워낙 방대한 '인물 지도'를 그려나가다 보니 에피소드도 적지 않았다. 사람 간의 관계를 그리는 작업이 그 자체로 예민함을 담고 있는 탓이다. 경제 부처의 한 전직 장관은 모피아들의 인맥이 담긴 순서를 보고 난 뒤 전화를 해와 한줄 한줄 평가를 하면서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심지어 "자신을 인맥에 왜 포함시키지 않았느냐" "인맥의 기준이 뭐냐"는 등의 불만을 드러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모든 에피소드보다 중요하면서도 소중한 가치는 1년여에 걸친 서울경제신문의 이번 기획물이 엄중한 시대의 물줄기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움직이고 지탱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최소한의 범위에서나마 조망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이번 기획물은 인맥이 지닌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생각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 수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인맥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시너지 효과를 만든다는 점에서 좋은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면서도 "배타적으로 이용하다 보면 끼리끼리 나눠먹기식으로 흐를 수 있는 만큼 긍정적으로 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맥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가치적 함의'는 이처럼 음과 양으로 뚜렷하게 대별된다. 결국 서울경제신문의 이번 시리즈는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려면 인적 사슬을 구성하는 리더들의 책임이 크다는 점을 새삼 확인시켜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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