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사업구조서 마인드까지 미래 위해 바꿔라" 대기업 혁신 바람




'73년의 역사에 안주하지 말라(삼성).' 'LG웨이를 새롭게 정립하자(LG).' '그룹 비전은 물론 얼굴도 바꾼다(현대차).' '미래를 위해서는 영혼마저도 바꿔라(한화).' 삼성ㆍLGㆍ현대차ㆍ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일제히 미래 준비를 위해 새 옷 갈아 입기에 나서고 있다. 길게는 100년, 짧게는 10년 앞을 내다보고 경영혁신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은 특히 미래형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필요하거나 걸림돌이 되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다 바꾸겠다는 자세로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혁신을 진행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면 재구성하고 경영철학과 사훈까지 바꾸는 작업을 단행하는 것도 바로 미래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993년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선언을 발표하면서 재계 전반에 대대적인 경영혁신 바람이 불었다"며 "신경영 선언 때보다 더 강도가 센 경영혁신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고 말했다. 혁신의 선봉에는 삼성그룹이 자리하고 있다. 올해 73년의 역사를 맞은 삼성은 과거 성공의 역사와의 결별(?)를 선언했다. 반도체ㆍLCD 등 하드웨어로 성장했던 삼성이 올 들어 소프트웨어를 전면에 내세우며 '하드웨어+소프트웨어'의 결합에 나선 것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요 계열사들이 수립한 '비전 2020'의 핵심도 바로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소프트웨어 구축에 필요한 창의적 발상을 위해 대대적으로 인사와 조직도 바꾸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는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에 맞춰 인사 및 조직은 물론 임직원들의 마인드까지도 대대적으로 바꿔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LG는 그룹의 경영철학인 'LG웨이(way)' 재정립에 나서며 임직원들의 마인드를 개조하고 있다. '일등 LG 건설'을 모토로 한 이 경영철학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새로운 도약을 이루자는 취지다. 'LG웨이'에 독한 정신을 가미하고 고객가치를 높이기 위한 내용을 보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LG는 이를 위해 최근 전임직원에게 새로운 'LG웨이'의 철학을 담은 두 권의 책을 배포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옛 현대그룹의 영광 재연과 글로벌 기업으로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대대적인 혁신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그룹 비전을 재정립하고 그룹의 얼굴(CI)도 새롭게 바꿨다. 현대건설 인수로 몸집이 커지고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대차의 위상 등을 감안할 때 이를 담을 새로운 큰 그림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Together for a better future(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동행)'이라는 전체 비전 아래 부문별 비전도 새로 만들었다"며 "이 같은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조직, 인사, 사업 포트폴리오도 재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의 경영혁신은 '탈(脫) 코리아'로 요약된다. 내수 위주의 사업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SK는 우선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에 주요 해외 사업 거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해외 자원개발을 통한 새로운 미래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SK 관계자는 "SK의 해외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해외수익원 창출을 위해 계열사별로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그룹 창립 60주년을 맞는 한화그룹도 대대적인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한화는 특히 임직원들의 마인드 개혁은 물론 사업구조까지도 완전히 뜯어고치고 있다. 이 같은 작업의 일환으로 지난 60년 동안 이어오던 사훈도 바꿨다. 최근 미래 비전을 선포하면서 '도전ㆍ헌신ㆍ정도'를 새로운 핵심가치로 정했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바이오시밀러ㆍ태양전지 등 미래형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한화는 특히 "미래를 위해서라면 영혼까지도 바꿔야 한다"는 자세로 경영혁신에 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롯데그룹도 지난 40년간 유지해온 제도를 잇따라 폐지하는 등 대대적인 혁신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창사 이래 40년 동안 유지해온 연공서열형 직급 체계를 최근 폐지했다. 기존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젊고 유연한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회사 관계자는 "미래 사업을 위해서는 조직을 바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조직은 물론 임직원들의 마인드까지도 미래형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두산그룹은 '글로벌화'와 '변화ㆍ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과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춰나가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의 사업구조가 중공업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고 사업영역도 글로벌화됐고 이 같은 추세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 같은 변화에 맞춰 미래형 혁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 STX그룹 등도 비전 2020을 발표하며 큰 폭의 혁신에 나서는 등 최근 들어 재계 주요 기업들이 마치 약속이라도 하듯 경영혁신에 동참하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애플의 스마트폰 출시 등과 같이 최근 들어 우리 기업들이 큰 충격을 준 사례가 적지 않다"며 "경형혁신 이면에는 과거의 시스템과 조직ㆍ사업에 안주하다가는 이 같은 충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굴지의 글로벌 제조기업인 GE와 필립스 등이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현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모했다"며 "신경영 선언 당시 불었던 혁신이 1등 제조 기업이 되기 위한 것이었다면 현재의 혁신은 이를 바탕으로 미래형 기업이 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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