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국가과학기술委 효율 높이려면


3월28일,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출범한다. 국과위는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최상위 과학기술 의사결정 제도로 지난 1999년 설립됐는데 이번에는 장관급 행정조직으로 재탄생 했다. 연구개발 예산이 크게 늘어나는 데다 많은 부처가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정책조정을 할 상설조직이 필요하게 된 게 재탄생의 배경이다. 그런데 국과위 출범을 앞두고 예산편성권과 연구기관 귀속 등을 높고 부처 간 갈등이 심하다. 전장을 떠나있는 후방사령부에서 지휘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형국이다. 정부 연구개발(R&D)투자가 2005년 7.7조원에서 올해 15조원으로 불과 6년 사이에 두배 늘어나면서 밥그릇싸움이 더 치열해진 것처럼 보인다. 방만운영 사업·인력체계 정비를 최근 지방자치단체의 무리한 재정사업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시민들이 나서서 세금 사용을 감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재정적자는 사업 기획 당시에 예상한 만큼의 수요가 유발되지 않아 투입비용 이상의 수익을 내지 못한 데 기인한다. 투입 대비 산출이라는 간단한 계산공식을 R&D부문에도 적용하며 수익창출이 가능한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올해 국민세금 15조원을 투자할 계획인데 어떻게 해야 그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까. 사업의 효과성 제고를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는 현재 정부가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는 연구개발 사업 체계를 정비하는 것이다. 예산이 늘어나면서 사업과 과제도 늘어나 과제 숫자도 3만5,000개에 달한다. 개별 과제 제목은 조금씩 달라 과제 이름으로 보면 중복과제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내용을 집계해보면 중복과제가 너무 많다. 사업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절박하다. 근본적으로 부실과제와 우수과제를 차별하고 우수과제에 대한 지원을 늘릴 수 있도록 사업관리체계를 바꿔야 한다. 나눠먹기식 연구기획과 평가를 지양해야 하는 것이다. 인력관리 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신참이 노동시장에 진입해 안정적인 직장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소요되므로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신참이 비정규직이라는 신분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연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돼 이후 경력 이행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연구 생산성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자의 초기 경력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한 배려가 필요하다. 신진연구자에게 더 많은 연구기회가 제공되고 이를 통해 경력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과학기술계는 정년 연장 논의가 한창이다. 연구자가 생애에 걸쳐 생산성이 반영되도록 임금체계가 정비된다면 정년 연장은 반대할 이유가 없다. 또 연구 인센티브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사업관리체제를 수월성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과 함께 우수 연구자에 대한 보상 체계를 정비하는 과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뛰어난 연구 성과에 대해 금전적 보상과 함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단순히 논문 몇 편, 특허 몇 개 등 양적 지표로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논문과 특허의 학술적ㆍ경제적 가치를 반영할 수 있게 평가지표를 바꿔야 한다. 국민경제 발전에 큰 보탬 돼야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과제는 과학기술연구와 경제발전을 연계시키는 문제다. 과학기술은 국가발전의 초석이다. 우리 헌법도 '국가는 과학기술의 혁신과 정보 및 인력의 개발을 통하여 국민경제의 발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경제발전은 과학기술 자체의 발전보다는 과학기술의 산업에의 응용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막대한 세금이 연구개발 부문에 투입되면 과학기술부문의 발전은 더욱 힘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사업이 논문과 특허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으로 연결돼야 한다. 연구개발 예산이 지출되면 국민경제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새롭게 출범하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내부 갈등과 외부 비판을 극복하고 국민들에게 과학기술부문이 명실상부한 국가발전의 선봉임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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