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경기하방 우려 커지는 한국경제] 곳곳 암초 '상저하저' 위기감… 시험대 선 최경환 리더십

내수부진·수출둔화 조짐에 국회입법도 지연<br>국내외 경제연구소 성장 전망 하향 움직임<br>4분기 성적표마저 부진 땐 타격 불가피


내수 부진이 여전한데다 수출경기마저 둔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우리 경제가 또다시 '상저하저(上低下低)'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4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밑돈데다 최경환 경제팀의 전방위적인 경기부양조치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암초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등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기회복의 불씨를 살려 '3.7%'의 성장률을 어떻게든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책의 약발이 나타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다 세월호 불통 정국에 가로막혀 국회 입법이 지연되면서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움직임=경제연구소들이 올해 성장률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5% 성장에 그치는 등 당초 예상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2012년 3·4분기(0.4%) 이후 7개 분기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 2·4분기의 부진으로 상반기 성장률은 한국은행의 상반기 예상치인 3.8%에 못 미치는 3.6%에 그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을 기존 예상치(3.7%)보다 0.1%포인트 낮춘 3.6%로 조정하는 것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대략 0.1% 내외로 하향 조정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미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3.6% 안팎으로 하향 조정했던 국내 민간 연구소들도 하향 조정 행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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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치지 않고 있지만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도 0.1% 내외의 성장률을 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3.4%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 만큼 추가로 내려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오는 10월에 발표될 한국은행의 전망치가 3.5%에서 3.6% 정도로 하향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 하향 위험 커져…상저하저 되풀이되나=경기의 하방 우려는 내수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환율 변수에 따른 수출 전선의 불안, 기업 투자심리 위축, 대외적 변수 등 곳곳에 악재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자칫 상저하저 패턴이 되풀이될 처지다. 지난해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무려 17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쏟아부으면서 2%대 초반에 머물렀던 성장률을 겨우 3%로 끌어올렸다. 추경이 없었다면 지난해도 상저하저의 흐름이 지속됐을 공산이 크다. 2011년과 2012년 우리 경제는 정부의 '상저하고' 장밋빛 전망과 달리 '상저하추'의 모습을 보였다.

적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2·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3% 주저앉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8월 소매판매를 보면 국내 승용차 내수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4.8% 하락했고 같은 기간 휘발유 판매량도 6.2%나 고꾸라졌다. 한국 경제의 효자종목으로 불렸던 수출마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더욱 우려되는 대목이다. 8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0.1% 하락한 462억8,000달러에 그쳤다. 경제의 두 톱니바퀴인 내수와 수출이 모두 코너에 몰려 있는 셈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내수 부진과 대외경제여건의 불확실성 등으로 올해 성장률이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유럽과 일본 경제가 비틀대고 수출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 경제는 회복세를 보이던 생산·소비지표들이 7월 들어 둔화되고 있고 일본의 경우 소비세 인상의 영향으로 2·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7% 하락했다.

◇최경환 리더십 시험대 올라=설상가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 최경환호(號)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정책 패키지들도 세월호 참사 이후 갈 길을 잃은 정치에 가로막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경기부양에 올인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는 '상저하저'가 지속될 경우 적지 않은 부담감을 안게 것으로 보인다. 경기부양의 시차를 감안해 3·4분기 성장률은 그렇다 치더라도 4·4분기 성적표마저 부진할 경우 리더십에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된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당장 하향 조정할 정도로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며 "현재로선 올해 3.7%와 내년 4.0% 성장률 전망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ed.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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