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에 '4강 신화'라는 말은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원조'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A대표팀을 2002월드컵 4강으로 이끌기 전 '박종환 사단'이 먼저 지난 1983년 U-20 월드컵(당시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 4강 신화를 썼다. 2009년 U-20 월드컵에서는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카디프시티) 등 이른바 '홍명보의 아이들'이 홍명보 감독에게 8강 쾌거를 바쳤다.
2014브라질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형님'들이 거듭된 졸전으로 실망을 남겼지만 이번에 '동생'들이 한국 축구의 자존심 되찾기에 나선다.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은 2013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쾌거를 넘어 신화 재연을 선언했다. 2년마다 열려 19회째를 맞는 이번 대회는 22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이스탄불과 안탈리아 등 터키 내 7개 도시에서 개최된다. 지역별 선수권대회를 거쳐 올라온 24개국이 6개 조로 조별리그를 치러 조 1ㆍ2위와 3위 6개 팀 중 상위 4개국이 16강에 오른다. 한국은 2009년(17회) 8강, 2011년(18회) 대회에서는 16강에 진출했었다. 티에리 앙리(프랑스)와 카카(브라질),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등도 과거 U-20 월드컵 활약을 발판으로 부와 명성을 얻었다.
쿠바ㆍ포르투갈ㆍ나이지리아와 B조에 편성된 한국은 당장 16강을 자신할 수 없을 정도로 예년에 비해 선수 개개인의 이름값은 떨어진다. 골잡이 문창진(포항)이 허리 부상으로 빠졌고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박정빈(그로이터 퓌르트)은 소속팀이 차출을 막았다. 여기에 주축 공격수 김승준(숭실대)마저 터키 현지에서 맹장염을 호소해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이광종호는 조직력만은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축구연맹(AFC) U-19 선수권에서 한국에 8년 만의 우승을 가져다 준 핵심 자원들이 대부분 U-20 대표팀으로 넘어왔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일단 22일 자정 쿠바와의 첫 경기를 잡아야 16강 전망이 밝아진다. 쿠바는 U-20 월드컵 출전이 처음이지만 포르투갈(25일 오전3시), 나이지리아(27일 오후11시)와는 힘겨운 싸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은 지난 대회 준우승팀, 나이지리아는 지난 대회 8강 진출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