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무바라크 퇴진 이후] 권력 쥔 軍, 민정이양 약속했지만 개혁 미온적…"장담 못해"

■이집트 향후 정국 어디로<br>무바라크와 밀착속 50년간 각종 이권 챙기며 영향력 행사<br>군부 권력 포기 쉽지않아 '민주 정권' 수립 험로 예상<br>시위대·야권 일각선 우려 목소리 커… 조기총선 주장도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전 대통령이 지난 11일(현지시간) 군부에 권력을 이양하고 전격 퇴진하자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은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시민들은 탱크를 탄 군인들과 기념촬영을 했고 광장 주변 바닥에 '코샤리 혁명'의 성공을 자축하는 문구를 색색의 페인트로 그려넣었다. 하지만 이집트는 이제 겨우 민주주의 정권 수립을 위한 첫 단추를 채웠다고 할 수 있다. 30년 동안 철권을 휘두른 무바라크 전 대통령으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군부가 평화적 권력 민정 이양과 국제협정 준수 등을 약속하기는 했지만 무바라크 정권과 밀착돼 있는 현 정부 체제의 존속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구체적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군이 오는 9월 대선까지 과도정부를 이끌면서 정국안정만 꾀하고 대선을 통해 민정으로 권력을 이양할지는 현재로서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민주 정권 탄생의 성패를 가를 개헌 논의과정에서 50년 집권의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군부의 모호한 입장 탓에 시위대와 야권 일각은 조기 총선 및 개헌 등 근본적 정치 개혁을 촉구하면서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군부 일각에서 이슬람원리주의를 지향하는 무슬림형제단을 껄끄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 역시 향후 이집트 정국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이들의 부정적 시각과는 달리 무바라크를 몰아내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무슬림형제단은 독재 정권 종식을 계기로 정계에 정식으로 진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집트 군 최고위원회는 12일(현지시간) 국영 TV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에 권력을 이양하고 지역 및 국제 사회와 맺은 모든 조약과 협정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향후 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민간 정부에 권력을 평화적으로 이양할 것이며 군부에 따른 직접 통치는 없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군 최고위원회는 "새 정부가 구성될 때까지 중앙 및 지방 정부가 계속 일을 할 것"이라면서 새 정부 구성 시점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조속한 정치 개혁을 요구해온 시위대를 실망시켰다. AP는 "무바라크가 떠난 이집트에는 세 가지 권력이 있다"며 "군부와 시위대, 그리고 무바라크 정권이 남겨놓은 권력 구조물"이라고 말했다. AP는 지난 1952년 이후 군사정권을 유지해온 군부가 자신들의 권력을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함마드 탄타위 국방장관을 비롯해 고위 장성 중 개혁적 인물이 없는데다 군이 그동안 무바라크 정권과의 유착 속에서 암암리에 국가 기간 산업에 개입하고 기업체를 운영하면서 경제적 이득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군부가 미온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시위대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년단체연합은 아직까지 광장의 시위 캠프 철수 여부를 공식적으로 결정하지 못했다. 이들은 의회 해산, 비상조치법 해체, 통합 정부 및 헌법 개정위원회 구성, 대통령선거위원회 구성 등을 계속해서 요구하고 있다.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아므르 무사 아랍연맹 사무총장도 조기 총선 등 근본적이고 철저한 정치 개혁을 촉구했다. 무사 사무총장은 "이집트가 21세기에 맞는 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총선거를 다시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집권당인 국민민주당은 무바라크 정권의 비호 속에 실시된 지난 총선에서 전체 의석의 83%를 차지한 후 대통령 친위대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아직까지 군부는 이들의 해산을 공식 요구하지 않고 있다. 군은 일부 친무바라크 정권 인사들에 대한 자산 동결, 출국 금지 등의 조치만 내렸을 뿐 정치ㆍ경찰ㆍ국영기업ㆍ언론 등 사회 전반에서 여전히 지배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 정권 인물들에 대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내버려두고 있다. 무슬림형제단 등 이슬람원리주의자들이 새 정부 수립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아므르 사무총장 등 야권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의 정치 참여에 대해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미국ㆍ이스라엘 등이 무슬림형제단의 행보를 우려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미 공화당 소속 피터 킹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무바라크 정권 아래서 정치 활동이 금지됐던 무슬림형제단이 아직까지는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테러리스트들과 교류하는 그룹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도록 허용할 수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집트 군부 일각에서도 무슬림형제단을 마뜩잖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 하프 청년단체연합 대표는 "우리의 혁명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는 제2공화국으로의 이행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