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국의 도전/폴 A 새뮤얼슨 미 MIT대 교수(송현칼럼)

한국경제는 지난 30여년간 고도성장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고속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 일본은 1970년까지 놀라운 성장을 거듭하다 그후 저성장시대로 접어들었다. 부러움을 샀던 생산성과 생활수준의 급등세는 완만하지만 견실한 성장세로 돌아섰다.20세기가 저물면서 한국은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과거 한국이 일본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중국과 여타 경쟁국들이 한국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어느 정도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저성장시대에 접어든다 해도 한국의 앞날이 결코 어두운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저성장시대에 진입한 후에도 안락한 삶을 즐기고 있다. 한국도 미래의 경제적 잠재력에 알맞는 모델을 추구해나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한국이 직면한 새로운 난관을 진단하고 한국의 최적의 성장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나는 일본을 가장 잘못 운영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관료주의는 경직되고 지향점이 잘못돼 있으며 개혁을 교활하게 거부하고 있다. 정치인은 부패돼 있고 국민들의 요구에 둔감하다. 일부에서는 『정치인이 부패하고 무지하며 비효율적이라면 선거에서 추방하면 될 게 아닌가』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강물은 수원지로 역행할 수 없다」는 속담이 있듯이 일본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경제개혁의 방법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90년대초 일본에선 부동산과 주식시장에서 투기거품이 나타났다. 그 결과로 만약 80년대 거품가격에 빌렸던 것을 되갚으려 했다면 일본 내 대부분의 은행, 증권, 보험회사 등 금융기관들은 파산하고 말았을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과 80년대 부동산붐의 채무를 정리하면서 오직 정부만이 일본의 금융기관을 구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선진 7개국(G7)의 전문가들은 일본정부에 끝까지 견디면서 꼭 필요한 구제노력을 완결지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본의 전문가들은 『유권자와 의회, 그리고 관료집단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할 것이다』고 대답한다. 이것이 90년대 들어 일본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진 중요한 이유다. 혹자는 한국에 대한 처방을 내린다고 해놓고선 왜 일본의 문제점을 들추고 있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일본에 대해 언급한 것은 한국이 유사한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한국정치도 부패해 있다. 고위 정치인과 관료들이 뇌물을 받지 않고 은행들이 불건전한 대출을 하지 않았다면 철강재벌이 파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속된 사람이건 아니건 한국의 선출직 고위지도자들과 그들의 친인척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한국은 소수 거대 재벌들이 한국의 산업과 상거래를 독점하도록 하는 도박을 의도적으로 받아들였다. 미국, 이탈리아와 덴마크처럼 경제구조가 다양한 국가들의 강점은 경쟁력있는 중소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덴마크가 90년대 독일, 스페인과 프랑스보다 경제 성적이 좋았던 것은 고용주들이 종업원들을 해고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다. 해고가 쉬워지면서 미국과 덴마크는 실업률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용주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해고 노동자들이 단기간 내에 일자리로 복귀하도록 했다. 셋째, 사실 여부를 떠나 한국은 학생운동과 노조활동이 강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의 실질 임금은 급등, 상당수 물품을 저임금 아시아국가에서 조달하고 있다. 90년대 세계 주식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주식시장이 유독 침체에 빠져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한국인은 근면하다. 한국인은 영리하고 교육수준도 높다. 한국인은 저축을 많이 한다. 이 모든것은 한국이 경제를 운용하는데 있어 경쟁력 있는 시장기구를 추구한다면 만족스런 미래를 가꾸어나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시장원리를 따른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시장이 정부에 의해 조작되고 간섭받지 않으려면 인기를 좇는 민주주의도 엄격한 자제를 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정부는 「제한된」 혼합경제를 구사함으로써 자본주의의 병폐인 불평등을 절제된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다. 한국의 여론은 위와 같은 도전들에 맞설 준비가 되어 있는가. 대답은 불투명하다. 그러나 낙관주의자는 그 대답이 긍정적이길 바랄 것이다.<노벨경제학상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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