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창사 20주년 기획상품전을 준비하면서 다른 경쟁 백화점에 납품하지 말도록 제조업체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지난 9월 협력업체에 「롯데백화점 창립 20주년 축하 공동기획 이행각서」를 발송, 7일 오전까지 제출토록 했다. 이 각서는 각 협력업체가 공동기획상품으로 내놓을 품목과 정상가격, 기획가격, 예상판매가격, 수량 등을 기재하도록 했으며 『공동기획 상품 준비기간에 동업계에 정보유출을 하지 않겠으며 행사기간 동안 타 백화점에 동일상품을 중복 납품하거나 유사상품 및 동일가격 상품을 납품하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다』라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롯데는 특히 이 각서에 협력업체 대표나 실무책임자와 자사 영업책임자의 인장을 함께 찍도록 했다.
이처럼 특정 백화점이 다른 백화점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법에 위배된다. 롯데를 비롯 경방필·세이·신세계 등 13개백화점은 입점업체에 불공정거래행위를 해 오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등의 시정조치를 받았다. 특히 롯데는 4억6,900만원으로 가장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은지 석달도 되지 않아 또 다시 불공정거래가 적발된 셈이다.
백화점들이 일삼아 온 불공정거래 행위는 경품이나 판촉행사 등을 실시한뒤 입점·납품업체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청구, 또는 판매대금에서 공제 입점업체에 판촉사원을 지원받아 포장이나 물품하역 등 백화점 업무 부과 백화점 직매입 상품을 납품업자에게 부당하게 반품하는 등 다양하다.
이번 각서 파문에 대해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납품업체들이 기획상품을 한 백화점에만 납품하기로 해놓고 다른 백화점에도 납품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바이어들이 이를 제재하려다 과도한 행위를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협력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러나 『국내 최대 백화점인 롯데의 요구는 초법적인 조치와 마찬가지의 횡포』라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사실상 납품 길이 막혀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 관계자도 『특정 백화점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이같은 횡포를 부려도 상대적 약자인 협력업체가 조사에 응하지 않아 사실관계 입증이 어렵다』면서 『그렇더라도 곧바로 조사에 착수, 불공정거래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혔다.
이효영기자HY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