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붕어는 목마르다

『급하네. 돈을 좀 꾸어주게』.거절할 방도를 찾던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빌려줘야지. 그런데 내 봉급이 사흘후에 올라오니 그때 다시 찾아오 게. 삼백금을 빌려줌세』. 서민들은 지금도 고달프다. IMF태풍이 불어왔을 때 서민들은 그 불의의 사태 앞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기업이 박살나면서 가장들은 멀쩡하던 일터로부터 느닷없이 쫓겨났다. 정신을 가다듬고 새 일터를 찾아 곳곳을 기웃거렸지만 무너진 기업의 잿더미 속에서는 일자리가 있을 턱이 없었다. 기왕에 금융파탄을 겪을 때에도 부담은 서민들의 몫이었다. 부자 망해도 삼년 먹을 건 있다지만 부자 아닌 서민들에게는 사흘이 힘들다. 멋대로 인상된 금리로 인해 원금 상환은커녕 이자조차 갚을 길이 없게 됐으니 기업부도는 말할것도 없고 개인파산의 속출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가족들은 본의아닌 이산가족이 되어 뿔뿔이 흩어져 나갔었다. 그나마 무료급식소라는 국민의 온정조차 없었더라면 많은 서민은 굶어 죽었을 것이다. 헐벗고 굶주린 북한동포가 따로 있을 턱이 없다. 친구의 어처구니없는 대꾸에 화가 난 장자는 그 특유의 비아냥조로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의 붕어」라는 우화를 빚어낸다. 붕어-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니 물 몇잔만 떠다주소. 행인- 딱하게 됐군. 내가 사흘후에 오·월나라로 유세를 떠나는데 가는 길에 서강의 맑은 물을 잔뜩 떠다주고 가겠네. 붕어- 그땐 아무 소용없소. 나중에 건어물전으로 와서 내 시체나 찾아가소. 현 정권은 경제파탄의 책임을 전 정권에게 돌리고 있었지만 출범 2년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책임전가의 명분을 세우고 있는 건 가당찮은 일이다. 더 기다려 달라는 호소 역시 먹혀들지 않는다. 서민들은 지금 당장 붕어처럼 몹시 목마르다. 金 總<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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