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박근혜의 모순


"비상대책위원회를 흔드는 언행은 자제돼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지난 12일 전체회의에서 비대위원에 대한 당내 비판여론에 대해 입을 열었다. 비대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하는 연판장이 의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돌고 있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이) 마치 정치를 하러 온 것 같이 바라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며 당내 비판을 일축하고 쇄신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비대위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공식적인 발언과는 달리 박 위원장과 비대위의 궁합은 맞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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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위원장은 최근 이슈의 중심이 됐던 '보수' 표현 삭제 여부에 대해 용어를 그대로 유지시키는 쪽으로 마무리 지었다. 비대위의 좌장격인 김종인 위원이 제기한 내용을 박 위원장이 스스로 막아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도 "내 개인 생각은 바꿀 수 없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정책 쇄신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보수와 관련해 이런 논쟁이 계속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논란을 마무리 지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념 논쟁으로 흐를 경우 당의 쇄신 동력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보수 표현 삭제 여부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논쟁이라면 당초 정책 쇄신 분과에서 정했던 것처럼 다른 부분을 먼저 다룬 이후 나중으로 논의를 미루면 되는 일이다. 비대위 내부에서도 아직 논쟁이 끝나지 않은 사안을 위원장이 서둘러 일방적으로 방향을 결정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외부 인사들로 한나라당 비대위가 처음 구성됐을 때 국민이 바랐던 모습은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부딪히고 어울리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20대의 어린 비대위원부터 70대의 연륜 있는 비대위원까지 자신의 의견을 가감 없이 말하는 첫 모습은 분명 그 바람에 부합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비대위원들의 입에선 "개인 입장을 밝히긴 곤란합니다"라는 말만 나오고 있다. 이래서는 국민의 눈에 한나라당이 박 위원장이 비대위 출범 당시에 밝힌 "뼈를 깎는 쇄신"을 하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 것 같다.

권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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