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미 양적완화 축소 연기 관측에… 엔화가치 급등ㆍ닛케이 급락

미 경기회복 느려지고 중 경착륙 우려 커져<br>달러당 97엔대로 올라 FOMC 결과 주목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일본 금융시장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기가 기대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 속에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오르며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29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지수는 나흘 연속으로 하락, 전 거래일보다 3.32% 급락한 13,661.13으로 마감했다. 도쿄 증시는 개장 초부터 밀리기 시작해 1부 상장 종목 가운데 95%가량이 하락, 한 달여 만에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1만4,000선 밑으로 밀려났다.


이날 증시를 끌어내린 것은 달러당 97엔대까지 반등한 엔화 가치다.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가 장중 달러당 97.64엔까지 오르며 3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자 엔고 흐름이 수출기업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엔화 가치가 급등하면서 달러화의 평균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 달러 인덱스는 엔화 대비 5주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일본 참의원 선거까지만 해도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 속에 달러당 100엔을 넘는 엔저 흐름을 이어가던 엔ㆍ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엔고)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오는 9월로 전망돼온 미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의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현재 글로벌 시장의 '눈'은 30~31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와 31일 나올 미국의 2ㆍ4분기 경제성장률(속보치)에 쏠려 있다.

전문가들은 이달 FOMC 보고서를 통해 양적완화 축소 시점이 좀 더 연장될 수 있다는 해석이 도출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의 경기회복 지연으로 FOMC가 경기 판단 문구를 조심스럽게 다듬거나 아예 수정할지 여부를 조율 중"이라고 보도해 달러 매도세에 힘을 실었다.


WSJ에 따르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예상보다 미약한 회복 기조를 반영해 양적완화 축소 기준을 종전의 실업률 7% 선에서 6.5%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매달 850억달러어치의 자산을 매입해온 연준의 양적완화는 좀 더 연장되고 출구전략 도입에 따른 단기 기준금리 인상시점은 그만큼 늦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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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달 말 공개될 2ㆍ4분기 미 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1.0%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조속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약화시키고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지표인 6월 기존주택매매 실적도 1%가량 줄어들며 5월(6.7%) 증가세에서 반락했다.

미국 경기둔화 및 출구전략 지연 가능성과 함께 중국 경착륙 가능성도 최근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요인이다. 로이터통신은 "글로벌 투자자들은 통상 아시아 경제에 '경고등'이 들어오면 헤지를 위해 엔화를 매입해왔다"면서 중국 발 위기 가능성이 수그러질 때까지 엔고가 좀 더 지속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달러화는 미 장기금리 상승에 따라 고금리 통화로 새롭게 자리매김되고 있어 안전자산으로서의 헤지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기 하향 가능성이 대두될수록 안전자산인 엔화 가치가 좀 더 부각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화와 엔화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며"향후 미 금리 오름세가 본격화된다면 엔화 변동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신문은 "이번주 미국ㆍ유럽(EU)ㆍ일본 등 주요 중앙은행장의 경기 발언이 쏟아지는 점도 글로벌 변동 기조에 한몫할 것"이라며 "미 경기 회복세가 '아베노믹스'의 성공과 직결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실물'에 주목하게 된 후 보다 높은 상관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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