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박병엽 '사퇴 배수진' 통했지만… 채권단과 주도권 다툼 예고

팬택 연내 워크아웃 졸업<br>워크아웃채권 일반대출로 전환…<br>2,362억 규모 비협약채권은 ABCP 발행 등 통해 상환 계획<br>채권단 "朴부회장 외 대안없다" 불구<br>지분 인수·투자자 확보 등 싸고 본격적인 밀고 당기기 시작될 듯



일단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사퇴 배수진'이 통했다. 팬택 채권단이 박 부회장의 사퇴선언 이후 하루 만인 7일 팬택의 워크아웃 채권을 일반대출(신디케이트론)로 전환하는 데 합의했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보유한 워크아웃 채권이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되면 팬택은 올해 안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된다. 채권단은 또 사의를 표명한 박 부회장의 복귀도 조만간 요청할 계획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 이후 팬택을 이끌 인물은 박 부회장밖에 없다"며 "복귀해달라는 채권단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팬택의 갈 길은 아직 멀다. 팬택은 이날 채권단의 행보를 반기면서도 박 부회장의 복귀를 위해서는 채권단이 '다른 명분'을 마련해달라는 입장이다. 명분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워크아웃 졸업 이후 채권단 지분의 매각과정에서 박 부회장에게 일종의 '페이버'를 달라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채권단으로서도 박 부회장 외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박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채권단이 뭔가 도움을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채권단, 워크아웃 졸업에 전격 합의=산업은행을 비롯한 11개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팬택 채권단은 7일 외화표시채권까지 포함한 3,400억원 규모의 워크아웃 채권을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워크아웃 졸업 안에 합의하고 이를 팬택 측에 통보했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207억원의 개별담보를 신디케이트론에 필요한 공동담보로 제공하기로 하는 등 신디케이트론 해법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 은행이 같은 조건으로 차입자에게 융자해주는 중장기대출이다. 그래서 채권단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 워크아웃 채권이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되면 팬택은 자동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한다. 채권단 관계자는 "채권단 금융기관들이 모두 워크아웃 졸업안에 동의했으며 형식적인 절차만 남아 있어 이달 내 워크아웃을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의 금융기관 채무액은 5,700억원 규모다. 워크아웃에 참여한 11개 은행이 2,138억원의 협약채권을 보유하고 있고 외화표시채권도 1,200억원을 넘는다. 채권단은 이들 채권 모두를 신디케이트론으로 전환해 워크아웃을 졸업시킬 계획이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 규모에 대해서는 좀더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워크아웃채권은 모두 이를 통해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나머지 2,362억원 규모의 비협약채권은 새마을금고나 신협 등이 가지고 있다. 워크아웃채권은 중장기대출로 전환돼 해결이 가능하지만 비협약채권은 팬택 자체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 팬택은 회사 보유자금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 등을 통해 이 채권을 상환한다는 복안이다. ◇박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 무기 '우선매수청구권'=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주식 우선매수청구권'이다. 말 그대로 워크아웃 졸업 이후 팬택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다른 경쟁자보다 우선해서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한마디로 회사가 정상화돼서 채권단 지분을 매각할 때 다른 사람보다 박 부회장에게 우선해서 회사를 살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다. 산업은행 등 팬택 채권단이 박 부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한 시기는 지난 2009년 말이다. 박 부회장은 팬택의 경영부실 책임이 있는 창업주다. 하지만 본인의 지분에 대한 전량 감자를 받아들이고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수많은 채권자들을 직접 설득해나가며 회사가 회생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든 공로가 인정돼 우선매수청구권이 부여됐다. 우선매수청구권은 박 부회장이 향후 팬택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매수청구권을 기반으로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 및 전략적투자자(SI)를 끌어들여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팬택의 한 관계자는 "인수 희망자와 가격이 같다고 해도 박 부회장에게 우선권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력이다. 박 부회장에게는 당장 채권단 지분을 인수할 만한 자금이 없다. 결국 빌리거나 투자자를 끌어모으는 수밖에 없다. 채권단도 현재로서는 박 부회장 외에 대안이 없다. 결국 채권단 지분 인수, 신규 투자자 확보 등을 둘러싸고 앞으로 채권단과 박 부회장간에는 서로 밀고 당기는 다툼이 예상된다. 서로 상대방을 꼭 필요로 하면서도 주도권은 자신이 쥐려는 오랜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관련기사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