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요초대석]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

지난해이후 재계를 대표해 기업구조조정 작업의 핵심에서 일해온 전국경제인연합회 손병두(孫炳斗)부회장은 재게의 구조조정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유난히 강조했다. 지난 97년2월 전경련 상근부회장 취임이후 그는 역대 전경련 부회장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해낸 인물이다.孫부회장은 특히 『경제는 생물』이라며 지배구조개선등을 놓고 정부와 재계의 충돌로 비쳐지고있는 최근의 흐름에 『개혁의 긍정적 효과와 함께 부작용도 점검, 최선의 방안을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그는 또 세간의 인식과는 반대로 그동안 기업이 어느 경제주체보다 많이 변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_정부의 재벌개혁 의지가 강력합니다. 재계는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대해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있습니다. 재계의 구조조정 의지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구조조정은 기업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생존전략입니다.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경쟁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자는데 반대할 기업은 없습니다. 또 계열사간 고리가 차단되고 부채비율 200% 이상 기업은 퇴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기업의 구조조정 의지가 빈약하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재계는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추진원칙에 공감하고 적극 동참하고있습니다. 5대 그룹의 경우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상반기 목표를 초과달성했습니다. 지난해 재계가 자율결의한 7개업종 사업구조조정도 연내 마무리됩니다. 구조조정 추진속도와 방법에 정부와 견해차가 있는게 사실이지만 총론찬성, 각론반대라는 표현에는 반대합니다. 우리는 정부부처간에 경쟁적으로 추진되는데 따른 중복규제나 정책혼선에 대해 일관성을 요구하고있습니다. 개혁하자는 원칙엔 찬성하지만 방법은 미세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_출자총액제한 등 정부의 재벌정책에 대해 전경련은 많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제도개선 과정에서 재계의 입장이 얼마나 반영되고있다고 보십니까. 재계는 기업경영상 차질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정부에 정책개선을 건의해왔고 정부는 합리적 범위에서 수용해왔습니다. 정·재계 실무간담회에서 출자총액제한에 대한 원칙에 서로 동의했고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이고 유연성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예외조항을 폭넓게 인정키로 했습니다. 그러나 시장메카니즘보다 규제를 통한 개혁과 모든 대기업에 획일적으로 적용되는 기준은 경쟁력강화에 도움이 되지않아 개혁방식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잘못된 제도를 도입하면 우리 모두 역사의 죄인이 됩니다. _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개혁이 추진되고있습니다. 사외이사제나 감사위원회 설치등에 재계는 반대입장을 지키고있습니다. 어느 선에서 정부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십니까. 우선 지배구조개선 정책은 기업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하는데 기여한다고 봅니다. 기업들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여건이 판이한 외국의 제도를 우선순위없이 모방하는 백화점식 제도개혁은 형식에선 세계표준에 접근하면서도 내용상 비효율성을 초래할 위험성을 내포하고있습니다. 특히 사외이사수 50%이상 의무화, 최대주주의 사외이사배제등 일부 정책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서고있습니다. 또 경영자와 대주주의 책임강화에만 치우쳐 지배구조개선의 목표인 기업가치와 경영효율 제고는 경시하는 양상입니다. 재계는 각 기업이 자신의 경영여건과 사업특성에 부합되는 쪽으로 최선의 지배구조를 모색할 생각입니다. 우리는 각종 구조조정의 걸림돌을 제고, 대기업간 인수합병(M&A)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합니다. _발전설비, 석유화학등 일부 업종 빅딜이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산업자원부도 빅딜에 전경련이 주도적 역할을 하라고 촉구한 바 있습니다. 이들 업종의 경우 빅딜 성사를 위해 어떤 복안을 갖고계십니까. 핵심역량 집중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재계가 자율적으로 빅딜을 추진했고 올해말까지 모두를 사실상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석유화학은 순조롭습니다. 이달 중순 일본수출입은행으로부터 투융자의향서(LOI)를 받게되며 이를 토대로 외자도입, 출자전환, 합작계약 조건협상을 11월 중순까지 끝낼 예정입니다. 연말까지 통합법인 설립준비를 마칠 것입니다. 산업자원부의 중재아래 추진해온 발전설비와 박용엔진은 기업가치평가와 인력승계 등에서 당사자간에 상당한 시각차를 보이고있는게 사실이지만 곧 타결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_전경련이 달라지고있습니다. 지난 봄엔 미래비전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경련은 5대 재벌의 이익대변기구라는 극단적인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정부가 기업개혁을 5대그룹 위주로 추진하고 전경련이 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다보니 본의아니게 그런 면이 부각된 느낌입니다. 그러나 전경련은 지난 2월 정기총회에서 업종단체별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업종대표와 나이젊을 경영진을 영입하는 등 회장단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6대그룹 이하 회원사와도 수시로 긴밀히 의견을 나누고 애로사항을 수렴, 사업화하는데 전력을 다하고있습니다. 30대그룹 구조조정본부장 회의와 기업경영협의회는 수시로 개최되고있습니다. 전경련은 우리 사회에서 윤활유와 같은 존재입니다. 정부정책에 민간의 의견이 반영되도록하는 완충역할을 할 뿐 특정집단의 이익대변기구가 아닙니다. _전경련 운영이 회장단 회의 중심에서 이젠 위원회중심으로 탈바꿈하는 양상입니다. 개별 위원회 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기업윤리위원회등 산하 18개 상설위원회를 확대개편했고 국내 원로와 경제관계 전문가등을 자문위원으로 위촉, 의견을 수렴하고있습니다. 현재 각 위원회별로 사업계획을 확정짓고 현안에 대한 대응방안을 하나씩 검토 중입니다. 기업의 구조조정에 적극 동참하고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추진체로 역할을 하게될 것입니다. _전경련은 지난 봄 외부인사 수혈을 통해 변화를 모색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조치들은 계속됩니까. 외부인사 영입은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대응하고 자기혁신을 추구하는 노력의 산물입니다. 어쩌면 외부인사 영입은 이런 목표를 추구하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그보다는 전경련 사무국 조직의 변화에 주목해야합니다. 유연하고 열린 조직을 추구하고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좋은 인재의 외부수혈을 배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러 쇠붙이가 용광로에서 깨끗한 선철로 변하듯 전경련 사무국도 좋은 인재를 만들어내는 용광로가 되어야합니다. 한편으론 내부 조직원들이 자기계발에 힘쓰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_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합니다. 전경련 사회공헌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봄엔 공익활동을 위한 기금조성 계획도 발표됐지만 실천이 부족해 보입니다. 실제 추진상황은 어떻습니까. 재계는 기업간 사회공헌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개별기업이 하기 힘든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고 체계화되지 않은 사회공헌 기초자료를 정리하며 인력과 기술등 운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활용하는데 촛점을 맞추고있습니다. 지난 여름 수해때 재해대책반을 설치, 현장에서 직접 필요한 물품이나 장비를 적극 지원한 일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사회공헌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고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경제계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하는 계획은 아직 검토중입니다. _10월엔 전경련이 주도하는 국제회의가 많고 해외자문단 회의도 처음 열립니다. 특히 해외자문단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있습니다. 어떤 식으로 운영할 생각입니까. 경험과 식견이 풍부한 키신저, 이광요(李光耀)등 15명의 해외인사로 구성된 자문단은 우리 경제와 기업의 행동방향을 설정하는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한국의 대외신인도를 제고하고 외국자본을 유치하는데 유리한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매년 한차례 서울에서 2∼3일 일정으로 회의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1차 회의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열립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측 인사와 경제계·학계·언론계 대표들이 참석, 의견을 나누게됩니다. 이 자리에서 경제는 물론 국제정치, 환경, 기업지배구조등 다양한 주제의 논의가 있을 것입니다. 손동영기자SON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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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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