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포스코 리더십의 불편한 진실


포스코의 정기이사회가 열린 8일 아침 포스코센터 로비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을 기다리는 수십명의 취재진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러나 정작 정 회장은 주차장을 통해 이사회가 열리는 18층 스틸클럽으로 직행, 현장에 진을 치던 기자들은 속절없이 발길을 돌렸다.

이날 의사회 안건은 투자물건에 대한 담보설정 여부. 그런데도 기자들이 대거 몰린 건 이석채 KT 회장의 사의표명 이후 정준양 회장의 사퇴를 종용하는 정치권력의 압박이 요 며칠 노골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 정치권력은 "정 회장이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는 얘기를 흘렸고 포스코 내부에서도 "정 회장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라는 말까지 새 나오고 있다. 정부의 '정준양 흔들기'에 포스코 내부 일부 세력의 호응이 짬짜미로 어우러지는 모양새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정 회장의 사퇴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사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던 셈이다. 포스코와 KT,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두 공룡 기업의 수장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유롭지 못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에도 새 정권이 포스코와 KT를 전리품으로 챙기는 악순환이 재연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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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때나마 박근혜 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박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정치인들이 전문성 없이 특정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런 부담을 덜기 위해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에 '정준양 흔들기'에 전격적으로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대통령이 밝혔던 입장도 있고 국민의 환영도 받지 못할 일인데 KT와 포스코의 리더십 빼앗기에 혈안인걸 보면, 그게 정권 차원에서 포기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포스코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함이다. 재계 순위 6위(공기업 제외)의 포스코는 지금 글로벌 경기악화와 대규모 투자로 재무구조가 취약해졌고 신용등급도 내려가 있는 상황이다. 이 점을 유념해서 포스코에 바른 리더십을 세워야지, 정권의 탐욕에 젖은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이 실망하게 될 것이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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