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일본바라기' 부품소재 이젠 국산으로 바뀐다

대일 의존도 21%로 사상 최저… 무역역조 빠르게 개선<br>정부 2001년부터 육성책 추진… 기술 경쟁력 눈부시게 향상<br>상반기 무역흑자도 크게 늘어 483억달러로 사상최대 기록


# 국내 섬유기업인 영도벨벳은 약 5년 전 일본 기업이 20년 넘게 독점하고 있던 LCD패널 제조용 러빙포(셀재료)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러빙포는 TV나 스마트폰의 명암과 해상도를 좌우하는 핵심 제품. 처음에는 판로를 개척할 수 없었지만 정부의 중재로 LG디스플레이가 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국내 시장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렸다.

# 국내 LCD 장비업체인 LIG ADP도 소재부품 국산화를 이룬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일본에서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던 LCD용 식각장비 개발에 성공하면서 약 2,500억원 이상의 국내 제품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일본 베끼기'에만 매달리던 국내 소재부품 산업이 기술경쟁력을 갖추며 이 분야 대일 무역역조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일본의 소재부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국내 제조업들이 잇따라 값싸고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제품으로 갈아타고 있기 때문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소재부품 분야에서 대일 무역적자는 103억5,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억4,000만달러 감소했다. 소재부품의 대일 수입의존도도 21.0%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엔화가치 하락으로 일본 제품의 단가가 떨어진 덕을 본 것도 사실이지만 소재부품의 대일 무역역조는 꾸준히 개선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실제 2010년 243억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소재부품 대일 무역적자는 2012년 222억달러까지 줄었고 올해는 적자폭이 더욱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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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재부품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일본 따라잡기'에 나선 것은 지난 2001년이다. 정부는 당시 부품소재 발전 기본계획을 세운 후 매년 3,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자하면서 민간업체들의 기술경쟁력을 향상시켰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책 시행 10년 후인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대일 무역역조 개선의) 터닝포인트가 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소자인 광전지의 대일 수입비중이 2002년에는 53.4%에 달했으나 2011년에는 8.7%까지 줄어들었다. 표면처리강판(90.7%→47.4%), LCD용 형광램프(90.7%→17.7%)도 대일 수입비중이 줄어든 대표적인 품목으로 꼽힌다. 자동차부품 분야의 경우 이제 우리 제품이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기업에 납품될 정도로 경쟁력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을 겨냥한 기술개발에 성공하고 이를 다시 전세계 시장에 수출하면서 소재부품 분야 전반의 무역흑자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소재부품 분야의 무역흑자는 483억달러로 지난해 동기보다 12%나 증가해 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소재부품 수출증가율(5.2%)도 전체 산업(0.6%)보다 8배 이상 높았고 수출액은 총 수출의 47%를 차지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완성품 수출이 고전하는 와중에서도 소재부품이 수출시장을 든든히 지켜준 것이다.

대일 무역역조와 함께 수출구조의 또 다른 고질병으로 지적 받던 대중 수출집중도도 상당히 개선됐다. 대중 수출집중도는 2010년 36%대에서 올 상반기 33.9%로 낮아져 전반적으로 교역 구조의 질이 좋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산업부는 이에 따라 올 하반기 3차 소재부품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해 소재부품 산업을 또 한번 업그레이드할 방침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범용소재 및 부품 국산화에는 상당수 성공했지만 세라믹ㆍ화학 등의 고부가가치 소재나 핵심 부품은 아직도 일본과 독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는 앞으로 이 분야에 집중 투자, 2020년까지 일본을 따라잡을 계획이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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